황인성 국무총리는 금주안에,나머지 내각의 24개 부처 장관들은 내주말까지 각각 재산을 자진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박관용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재산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이에 앞서 김영삼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첫 국무회의에서 『자기 개혁없이 국민에게 변화와 개혁을 요구할 수 없다』며 자신과 가족의 재산내역을 공개한바 있다. 대통령이 앞장을 서고 있으므로 내각과 비서실이 그뒤를 잇는 것은 당연하고도 남는 일이다. 전체 공직사회로 확산되어 갈 것도 시간문제라고 하겠다.
김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임기중에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함으로써 「깨끗한 정치」 「부패와 고리끊기」를 실현하고 말겠다는 자신의 강력한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내가 앞장서서 개혁을 이끌겠다』고 한 김 대통령의 결심이 보통으로 단단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깨끗한 정치」의 실현이 과연 대통령의 재산공개나 정치자금의 사절만으로 이룩될 수 있을 것이냐는데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전체 공직사회가 재산공개에 동참하게 될 것은 틀림없겠지만,문제는 그 공개가 성실한가 아닌가에 달린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이나 의원윤리강령에 따른 이제까지의 재산등록이 아무런 실효도 거둘 수 없었음을 우리는 잘 보아왔다. 재산등록이 실효를 얻으려면 반드시 등록된 재산의 진위를 가릴 실사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지난 83년부터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등록재산의 비공개주의가 법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온 것이 우리 현실이다.
마침 이회창 감사원장은 오늘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공직자 등록재산에 대한 실사문제에 관해 그의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우리는 등록된 재산의 실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매년 연말에 변경된 재산상황까지 실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은 그동안 재산을 얼마나 모았느냐에 대한 검증보다는 재임중에 재산을 늘린 것이 있느냐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재산공개 외에도 돈안드는 정치가 요구된다. 그러자면 관련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철저한 선거공영제도를 통한 돈안드는 선거를 추구해 나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정치자금은 양성적으로 중앙선관위에 기탁되도록 정치자금법과 선거관계법을 여야 합의하에 개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김 대통령의 「깨끗한 정치」 실현을 위한 단호한 자세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실효를 거두기 위한 세부적인 실천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고,확실하게 추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쇠뿔은 단김에 빼야 한다. 과거 역대정권의 부정부패 추방캠페인이 정치적 구호에 그치거나 일과성 사정한파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정쟁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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