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 부장­./김창열칼럼(토요세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 부장­./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3.03.06 00:00
0 0

김덕 신임 안기부장께­.대단히 놀랐다는 말로,취임축하를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군인·비검경 안기부장이 나오리란 짐작은 했습니다만,교수 안기부장은 생각밖이었다는 얘기도 되겠습니다.

그러나,달리 생각하니,식견으로 보나,성품으로 보나,김 부장만한 문민 안기부장 적격자를 고르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안기부를 대수술한다는 눈 앞의 과제를 생각해서는,과연 적시적재라 할만도 합니다. 이른바 YS인사의 으뜸가는 성공사례라 해서 틀림이 없겠습니다.

이 말은 인사치레가 아닙니다. 김 부장이 비군인·비검경 출신이라는 것만 가지고 하는 말도 아닙니다. 김 부장에게 거는 기대는 따로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나처럼 권력권 밖 저만치를 살아온 사람의 시각에서는,안기부란 나와는 발상이 좀 다른 사람들의 집단 같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행태가 느닷 없어서 종잡기가 어려웠다는 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 부장처럼,평소의 소신이 잘 알려진 이가 그 조직의 책임을 맡는다는 것만해도 한결 밝은 느낌이 듭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김 부장은 작년 대선 막바지에 나온 계간 『사상』의 대특집,「새 정부를 위한 정책제언」에 『통일을 향한 남·북관계의 새 출발』이라는 긴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에서 김 부장은 6공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기를 첫째로 협상상대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 못했고 유리한 상황적 여건을 활용하는데 실패했다,둘째로 대북 정책목표의 우선순위에 대한 투철한 의식이 없었다,셋째로 대북협상에 대한 국민의 진정한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선언적 합의 아닌 실질적 실천이며,국민들 사이에는 통일지향적 정서보다 평화지향적 현실주의가 더 우세함을 지적했습니다. 그 결론은 흡수통일이나 대북 봉쇄강화 등의 「교조적 현실주의」와 「위험한 일괄타결 논리」를 배제하고 통일실현의 내적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들 김 부장의 지적과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오늘의 대북정책은 어제의 대북정책을 반성하는데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김 부장의 입론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는 새정부의 새 대북정책을,일단은 불안감 없이 기다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궁금하기는,김 부장의 그같은 식견과 소신이 새 대북정책에 어떻게 투영될 것이냐는 것입니다. 듣자니,정부 요로의 어떤 사람이 금년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말했다던데,이런데 대한 김 부장의 생각 역시 그렇겠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김 부장이 지난 연말 기고에서 밝힌 「통일을 향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작」은 정부안의 심각한 의견조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불가피한 것처럼 보이는 그 정책 조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김 부장이 지적했던 「협상상대의 실체」와 「상황적 여건」입니다. 정확한 정보와 객관적인 정세판단입니다. 나라안과 밖의 형세를 잘 살펴서 흐름을 타되,흐름의 한계를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통일정책보다는 통일정세의 판단이 우선합니다. 이념적 통일지상론이 통일정책일 수 없는 까닭,그리고 김 부장이 지적한 「일괄타결 논리」가 위험하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김 부장에게 기대를 거는 까닭입니다. 안기부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 역시 같습니다. 안기부의 대북·대외정보 수집과 분석,전달능력이 획기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면,안기부는 크게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수준 높은 전문가집단이 되어야 합니다. 법에도 없는 정치사찰·정치공작 따위로 손을 더럽히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안기부의 기구를 어떻게 바꿀지,충원은 어떻게 할 지 등등은,나같은 비전문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김 부장의 취임 10여일은 앞에 말한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라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신문보도를 보면서 염려스러운 두가지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는 이른바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수산전말과 1심 재판결과입니다. 만일 여기 나타난 수사부진과 혼선이 대공수사력의 위축이나 왜곡,또는 그로인한 신뢰상실의 결과라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안기부 개혁의 한 초점은 여기 모아져야 합니다.

다음은 이른바 「용팔이사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초점은 안기부 개입여부로 좁혀져 있고,이미 안기부 전직간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안기부를 개혁한다는 마당에,사건의 진상조사를 검찰에만 맡겨도 그만이겠습니까. 오히려 안기부가 자체조사로 옛 병과를 도려내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 사건의 자체조사가 새 안기부를 점치는 시금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상임고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