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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새풍속도/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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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새풍속도/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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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점심때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구내 식당은 붐볐다.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을 비롯,이곳에서 일하는 각부처 장관들이 간부들과 함께 식사하느라 성황을 이뤘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60석 규모의 국무위원 식당은 다 차버린 탓에 식사시간이 임박해 예약하려던 부처는 다른 자리를 확보하느라고 애를 먹었다. 식단은 설렁탕이나 삼치구이. 대부분이 설렁탕이었다. 장관들끼리 새삼 인사도 나눴다. 임명장을 받을 때나 첫 국무회의에서 서로 인사가 있었겠지만 좀더 친근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5천원짜리 설렁탕을 들면서 가벼운 주제로 회의를 연장하는 부처도 있었다.

어찌보면 이날의 풍경은 매일 반복되는 점심식사의 한장면에 불과하다. 아니 반복적인 한 장면에 불과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날의 풍경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호화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급에 속하는 외식을 주로 하고 가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게 지금까지의 통례였으므로.

이날의 식당 풍경으로 실무공무원들은 새정부안에서 일고 있는 바람이 바로 자기 옆에까지 불어닥쳤음을 느끼고 있다. 모두들 바람의 정체가 무엇인지,좀더 풀자면 바람의 성격은 어떻고 풍속은 어느 정도이며 가능성은 어디까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있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떤 형태의 것이든 바람이 있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실무공무원들을 포함,국민들은 「새정부 초기=강풍」이라는 등식이 도무지 낯설지 않고 「그 강풍=일시적 겉바람」이라는 등식 또한 익숙하다. 그래서 그러한 바람에 상당히 냉소적이다.

이번에도 모두들 「뭔가 종전과는 다르다」고 느끼면서도 결국 단명하지 않겠느냐는 불신의 시선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고 있다.

불신을 씻기 위해선 변화에 자연스러움이 배어 나와야 한다. 이날의 풍경도 전에 없이 한꺼번에 너무 몰린 탓에 작위적인 기미가 있었고 따라서 사실이 어쨌든 강제성이 느껴졌던게 아쉬운 흠이 있다. 강제적인 것은 오래 못간다. 장관의 식사에 위수지역이 있을 수 없다. 어디를 가든 과한 식사만 삼가면 되는 것이고 그럴 때 이번 바람이 겉돌지 않고 폐부를 찌르는 속바람임을 모두 실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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