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뒤 가져온 돈 거절/부패없애야 경제회생김영삼대통령은 4일 앞으로 재임 5년동안 정치자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통령이 취임전부터 예고해온대로 「반부패선언」의 요체를 국민앞에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추상적일 수도 있는 반부패선언보다 더 무게가 실린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여러차례 「윗물맑기운동」으로 표현된 「위로부터 개혁」을 표방해왔다.
따라서 이날의 선언은 새정부의 개혁추진에 있어 가장 확실하고도 의미있는 제일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단 1전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정치권 부정부패척결의 시작』이라고 그 의미를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정치자금의 개선없이는 부정부패척결도 경제회생도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5년간은 결코 암거래식 정치자금거래나 정경유착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의 선언은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고리의 사슬을 가장 중요하고 은밀한 곳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끊겠다는 것이다.
부정부패척결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이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사실 우리 정치사에 있어 역대 대통령은 집권당의 총재로서 정치자금을 장악하고 자금을 이용하여 정치를 요리해온 측면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관도입·부실기업정리 및 인수·국가 대형프로젝트 수주 등을 둘러싸고 막대한 정치자금이 청와대에 건네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부패고리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 돈으로 집권당의 살림을 꾸려갔고 「정국운영」을 위한 명목으로 음성적인 돈이 야당에 건너가기도 했다는게 정계의 정설이다.
이제 김 대통령이 이같은 정치자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한 이상 정치권의 모습도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우선 김 대통령은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해 민자당이 정치자금법·선거관계법·정당법을 개정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으로부터 집권당에 돈이 안내려 가게 되면 당운영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도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후원회 제도개선과 국고보조의 확대 및 합리적 배분 등 정치자금법 개정,신문방송을 통한 선거공영제 확대 등 선거관계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장기적으로 선거구제 개선방안도 검토될게 확실하다.
특히 김 대통령은 이날 「정당구조의 개편」이란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이경재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은 『정당운영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후원회 조직만 있고 지구당이 아예 없는 일본의 경우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당 기구 및 인원축소 정도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정당구조가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이날 이와함께 청와대 소유 안가 12동(1만5백평)을 철거하여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역시 3공화국 때부터 있어온 「밀실정치」를 타파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날 김 대통령의 간담회 모두 발언과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두 발언◁
오늘 중요한 얘기를 하겠다. 역대 대통령이 하지못한 일이고 우리나라 역사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들어달라. 앞으로 재임 5년동안 기업은 물론 어떤 사람한테서도 단 1전도 받지 않겠다. 야당생활을 오래해 많은 사람을 알고 있고 나 때문에 박해받은 친구도 있지만 대통령 당선후 지금까지 어느 한사람,어느 경제인한테도 돈을 받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대통령에 당선된후 누군가가 가져온 돈을 단호히 거절하면서 5년동안 나에게 돈줄 생각말라고 했다. 추석때 떡값이니 하는데 떡값이 아니라 차값도 안받겠다.
과거 어느 대통령도 『돈받은 일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사의 큰 변화이다. 윗물맑기운동 실천을 위해 과감히 결심했다. 최근 시중에서 변화와 개혁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는데 모든 것을 있을 곳에 있게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애며 굽은 것은 펴는게 정의이고 밝은 사회의 원칙이다. 이 과정에 어려움이 있겠으나 과감히 극복,떳떳한 미래의 주인이 되도록 하겠다. 모든 국민들의 이해의 바탕위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신한국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
▷일문일답◁
부정부패척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확실하나 관료사회나 경제계의 위측 현상도 있는데 구체적 추진방안은.
『상상에 맡기겠다. 다만 부정을 하고도 공직에 있을 수 있다고 착각에 빠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지 않느냐. 지금 부정부패는 위험수위에 와있다. 부정부패척결 없이는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
과거에 있었던 공직자 비리는.
『우리나라에는 법이란게 있지 않은가. 상상에 맡기겠다』
오늘 결심의 배경과 동기는.
『대선 때부터 이미 당선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나도 바보가 아니어서 과거 대통령이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다. 기업인들한테도 들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내가 돈을 돌려주었으니 그 사회에는 이미 소문이 났을 것이다』
정당구조 개편은.
『구체적인 얘기는 아니다. 돈이 적게드는 방향으로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
안가 철거는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곧 착수한다. 오래된 집이라 헐기도 쉽다고 들었다』
1전도 받지 않겠다면 국정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염려할 것 없다. 그동안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돈은 결국 부정한데로 나갔다.
큰 혁명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부정이 만성화돼 국민들에게 죄의식이 없다. 국민 가운데 무덤까지 권력과 돈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지도층 공직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서울시장 후임은.
『임명권자 입장에서 물의를 빚은데 대해 국민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사표를 수리했다. 후임은 충분히 검토해서 고르겠다.
박희태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신뢰를 보낸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태어나 신경을 안쓴 것 같다. 여러가지를 생각해 순리대로 처리하는게 대통령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하위직 인사는 인사위에서 충분히 검토할 것이다』
6공 때는 잦은 개각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정치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잦은 개각은 이에 반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중심제를 크게 참조할 것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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