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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지지는 얻었지만…/옐친 앞길 “산넘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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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지지는 얻었지만…/옐친 앞길 “산넘어 강”

입력
199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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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인민대회 결과 따라 향배 좌우/국민투표 부결땐 비상선포 가능성러시아의 보혁세력이 개혁의 속도를 둘러싸고 팽팽한 대결을 계속하는 가운데 군부와 중도보수세력인 시민동맹이 최근 옐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 개혁파의 입지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고위장성을 중심으로한 군부 지도자들은 3일 크렘린궁에서 옐친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헌정위기 극복을 위한 단호한 행동을 촉구했다.

이즈베스티야지의 보도에 의하면 옐친 대통령은 이 자리서 군은 결코 방어적 태세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면서 지지를 요청했고 군부 지도자들은 현 정국상황에 대한 우려를 내세우며 지지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의 보혁대결서 중립을 지켜온 군부의 옐친 지지는 일단 옐친이 마지막 카드로 아껴온 비상사태 발동의 개연성을 제고시키면서 옐친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부의 지지표명은 옐친이 지난 2일 인민대표대회 해산과 비상사태 선포를 시사하는 「마지막 선택」을 강조한 후에 나온 것이어서 군이 옐친의 수호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여주고 있다.

옐친은 이날 군부와의 모임을 통해 일부 보수세력의 군부장악 움직임을 사전에 봉쇄하고 자신에 대한 공식지지를 확인하는 정치적 실익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군부의 지지표명이 나온 이날 회의직후 그라초프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쿠데타 모의설은 근거없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함으로써 쿠데타를 둘러싼 위기감을 해소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군부의 공식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초급 장교들은 여전히 군위상의 약화와 대우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고 대다수의 영관급 장교까지 이에 동조하는 등 군부의 동요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군부의 지지와 함께 의회내 중도파 의원그룹인 시민동맹도 이날 옐친에 대한 조건부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일본을 방문중인 시민동맹 지도자 알렉산데르 블라디슬라블리예프 의원은 옐친이 가이다르 전 총리가 마련한 개혁안을 부활하고 현 체르노미르딘 내각에 재량권을 확대할 경우 옐친의 정치노선을 지지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옐친 대통령은 이같은 입지확대를 발판으로 이날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리셉션을 통해 『타협만이 살길』이라며 최고회의측에 정치적 타협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옐친이 비상조치 발동을 시사한 전날의 강경태세에서 물러나 화해를 강조한 것은 내주초로 다가온 인민대표대회 긴급 회의소집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옐친은 지난해 12월의 인민대표대회에서 총리해임과 대통령 권한축소를 강요당하는 정치적 패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옐친의 화해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주초 열릴 인민대표대회에서 국민투표 실시안이 부결될 경우 옐친이 비상사태 선포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옐친은 국민투표안 부결에 대비,「누가 러시아를 통치할 것인가」를 묻는 전국적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복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옐친이 비상사태 선포의 명분 축적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인민대표대회 직전까지 모종의 타협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옐친은 엄청난 혼란과 대결을 초래할 비상사태 선포를 피하면서 시민동맹을 매개로 보수파와의 극적 타협을 모색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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