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행정 일관성 조율 최우선/관가 사기고려 대폭 내부 발탁김영삼대통령은 2·26 조각에 이어 4일 차관급 및 시도지사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새정부 인선작업을 거의 마무리지었다.
지난달 26일의 장관급 인사가 개혁에 비중을 둔 「실험내각」의 성격이라면 이번 차관급 인사는 내부승인을 바탕으로한 「실무보완」인사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기용된 차관급 인사들이 대부분 정부 소관부처의 전문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그같은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날 단행된 46명의 차관급 인사를 보면 28명이 내부 승진됐거나 전보됐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차관급 인사의 인선기준과 관련,▲참신성 ▲실무능력 ▲개혁의지 등이 고려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차관급 인사는 크게 세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개혁 이미지가 강한 외부인사 기용의 각료에게 행정경험이 풍부한 차관이 보좌하게 함으로써 「개혁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급격한 개혁에 행정의 일관성을 조화시켜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46명의 차관급 인사 가운데 28명이 내부승진·전보된 것과 4명(최인기 내무차관·이충길 보훈처장·추경석 국세청장·박영석 국사편찬위원장)이 유임된 점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대선 논공행상 흔적
둘째는 내부승진을 주조로 하면서도 가급적 외부인사 기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공직자들의 사기진작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2·26 조각때 공직자사회에는 비전문성 인사기용 등에 불안과 우려의 시각이 고조됐었다. 즉 내부인사 승진기용보다는 주로 의외의 파격인사가 단행됨으로써 『개혁도 좋지만 전문 행정관료들에 대한 배려가 적어 행정공백이 우려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던 것이 사실.
이 때문에 해당부처의 차관보·기획관리실장·차장 등을 주로 차관급 인사에 승진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직자사회의 불만을 무마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한편 앞으로의 개혁추진에 공직자들의 「새바람」을 기대하려는 효과도 감안한 것 같다.
특히 최근의 김상철 서울시장과 박희태 법무장관 등의 잇단 파문도 이번 인사에서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외부인사 영입이 14명이나 이들 대부분이 해당분야 전문가이거나 행정경험이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조각에 이어 또다시 농공행상 측면의 배려인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의 가신그룹인사와 민주계 원외 인사가 발탁된 점이 그렇다.
이원종 민자당 부대변인이 공보처차관에,한이헌 총재경제보좌역이 공정거래위원장에 기용된데 이어 박태권 전 의원이 문화체육부차관에,최기선 전 의원이 인천직할시장에 임명된 케이스가 이에 해당한다.
○“전문성 고려” 평도
이 신임 공보처차관은 오랫동안 김 대통령의 홍보 참모역할을 해왔고 한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기획원 출신으로 일찍이 김 대통령의 경제참모활동을 해와 주용이 예상됐다.
박 신임 문화체육부차관은 대선당시 민주산악회에서 사조직을 관리해온 점이 참작된듯하나 최 신임 인천시장은 14대 총선에서 낙선한데 이어 박규식의원의 입당으로 지역구를 빼앗기게 돼 「구제케이스」로 기용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욱이 이들은 비록 원내 경험이 있긴 하나 문화체육부와 지방행정에 문외한 인사들이다. 추경석 국세청장의 유임은 전문성이 크게 배려된 것이며,정문화 총무처차관이 부산시장에 임명된 것은 「학연」을 참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정숙 민자당 부대변인의 정무2장관 보좌관기용과 엄삼택 안기부 기조실장의 병무청장 임명 등은 대선에서의 기여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차관급 인사에 이어 안기부 인사에서 김정원 전 총재특보와 김기섭총재의 전 보좌역을 요직에 발탁한 것도 논공행상의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관급 인사에서 홍순영 주러시아 대사가 외무차관에 발탁된 것이나 이건영 국토개발연구원 기조실장을 건설부차관에 기용한 것과 구본영 주미 공사를 교통부차관에 임명한 것은 내부서열을 중시하는 공직사회에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재야인사인 정성철변호사가 정무1장관 보좌관에,6·3세대인 김도현씨를 평통사무차장에 각각 기용한 것은 개혁이미지가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차관 “파격적”
이번 인사에서 이수휴 재무차관을 국방차관으로 전격 기용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는 3공시절 최광수 외무차관이 국방차관에 기용된 것과 유사한 이레적인 케이스로 국방비 절감 등 군내부의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총리실의 양실장(비서실장·행정조정실장)을 모두 교체하고 이효계 전남지사를 총리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호남출신 배려와 함께 그가 총리실에서 재직한 경험을 고려한 것 같다.
김시형 행조실장의 기용은 상공·동자부를 거친 경제통이라는 점이 참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차관급 인사들을 출신지역별로 보면 ▲서울 7 ▲부산·경남 11 ▲경북 7 ▲전남 5 ▲전북 4 ▲충남 3 ▲충북 3 ▲이북 3 ▲경기·강원·대구·광주 각각 1명 등 지역을 배려한 듯하나 김 대통령의 출신지역인 부산·경남 출신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경북까지 합치면 영남출신이 18명이나 된다.
이날 차관급 인사에 이어 감사원 인사에서도 황영하 기획관리실장이 사무총장에 승진 임명된 것이나 6명의 감사위원(차관급) 가운데 3명에 교체되고 이들중 2명이 내부 승진된 것도 차관급 인사 배경의 핵심인 사기진작 차원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14개 시·도지사 인사는 제주지사가(우근민)를 제외하고 전원 교체함으로써 지방행정의 활성화를 고려한듯하다. 이들 가운데 6개 시·도지사는 내무부 출신으로 내부승진한 케이스이며 전남북 지사에는 경찰 고위인사를 기용해 경찰 공무원을 배려했다.
이날 차관급 및 시·도지사 인사는 이같이 「의외성」이 곳곳에 있지만 하루만에 68명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한 것은 정부수립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정권교체」를 실감케 한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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