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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의 은유/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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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의 은유/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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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길 가는데 처음부터 뛰면 뒤로 넘어진다』정치현안을 은유법으로 곧잘 표현해온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비유의 한토막이다. 한마디의 의미를 놓고 당내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원래 김 대표의 말은 맺고 끊는 직접 화법이 아니고 화려한 수사로 채색된 은유가 주종을 이룬다. 그래서 그의 말은 감칠맛이 나고 때론 격한 정치현장에 운치와 여유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5·16이후 30여년간 정치파고를 넘나든 그의 선문답은 종종 진의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곤 한다. 특히 정치의 고비고비에서 그가 선택하는 애매모호한 표현들은 더욱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문민정부 출범 개혁시대의 개막이라는 정치사의 한 고비에서 그가 내비친 『백리길…』이라는 말 역시 종전의 모호함속에 함몰돼 있었다.

예전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사안이 사안인지라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인가』라는 기자들의 추가질문이 잇따랐다. 이에 김 대표는 『일반적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이니 해석을 덧붙이지 말고 문맥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넘어갔다.

다만 부연설명은 좀더 구체적이었다. 『온고지신이란 말을 새겨보아야 한다. 속도가 적절해야 세상이 건전해지지 마구잡이로 가면 부작용을 낳는다』

이 부연 역시 명료한 뜻을 표출하진 않았지만,새정부의 개혁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새정부 각료중 진보적 인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기득권층의 우려를 반영한 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이같은 우려를 잘해보자는 충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우려는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국민들의 갈망이 무엇인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화를 외치다 핍박받았던 6·3세대가 입각하고 국민들이 이를 환영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 생생한 시대의 변화를 그의 말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머지않아 이른바 당내의 「민주화세력」들은 더더욱 개혁을 주장하며 물갈이를 외칠 가능성도 높다. 김 대표가 자신의 뜻이 옮다면 외곽을 때리는 화법대신 당당한 직설법으로 개혁논쟁을 벌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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