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중시… 객관적 검증 미흡/청와대 “2명씩이나…” 당혹/“자칫 전체내각에 오점… 단안 내려야”김영삼대통령의 「인사」가 정부 출범초부터 시련을 겪고 있다.
김상철 서울시장의 그린벨트 무단형질변경과 박희태 법무장관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딸을 이화여대에 특례 입학시킨 문제가 터지면서 김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관가에서는 이미 이들 두사람의 사임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고 다른 몇몇 각료도 「하자」가 있으며 그것이 곧 터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청와대는 3일 김 시장과 박 장관 문제로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수석비서관들은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윗물맑기운동으로 깨끗한 사회를 만든다는 새정부의 개혁의지가 초장부터 무색해져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김 대통령은 이들 문제를 보고받은 경위 등 지상파악을 지시했을 뿐 어떤 조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히 충격을 받은듯 했다는 전문이다.
이경재 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하오 4시 김 대통령이 권영해 국방장관으로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 배석하기 직전 김 대통령에게 이날 언론에 보도된 김 시장 문제를 보고했으며 김 대통령은 『사실은 알아보라』고만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이날 상오 박관용 비서실장으로부터 박 장관 문제를 보고받았을 때도 경위파악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수석비서관들의 이 문제에 대한 언급태도는 상오와 하오가 달라 청와대의 곤혹스런 입장을 보는듯 했다.
이날 상오 주돈식 정무수석은 『하오에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얘기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상오의 「현안」이었던 박 장관 문제까지 터지자 수석들은 더욱 조심스런 태도로 변했다. 이 공보수석은 『현 단계로서는 어떤 조치를 위한 객관적 움직임이 없다』며 『오늘밤은 푹 쉬어도 좋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주 정무수석은 하오에 김 시장과 통화해보니 「서울시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시장임명 통보를 받았다고 갑자기 공사를 하기도 뭐해서 그냥 놔두었던 것」이라고 해명하더라』고 전했다.
분위기가 변한 배경에 대해서는 박 장관 한사람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보았지만 김 시장까지 포함되자 새정부 조각 자체가 도마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고민은 법을 집행하는 법무장관의 국가관이나 그린벨트 훼손을 단속해야할 서울시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겠느냐는데 있는 것 같다. 결국 이번 문제의 해결은 임명권자의 결단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의 인선이 이처럼 처음부터 시련에 부딪친 것은 그의 독특한 인사스타일에 기인한다는데 대체적인 분석이다.
철저한 보안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김 대통령의 인사방식에는 「공적 검증」의 여지가 없어 자신의 불리한 전력을 감출 수 있고 이번에 현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야당시절부터 인사문제에 관한한 독특한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 인사내용이 사전에 흘러나가거나 또한 인사대상자를 스크린하는데서 적지않은 폐단과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인사대상자의 신상을 뒷조사하는 「기관」들의 행태에 큰 혐오감을 갖고 있어 이미 청와대 사정수석실을 폐지한바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새정부의 인선과정에서도 6공 정권이 갖고 있었던 각종 사정관계 기록에도 별로 무게를 주지 않았고 자신이 직접 인사대상자를 면담한 결과 얻어진 「감」을 중요시했다는 후문이다.
「부정부패의 척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새정부의 구성원이 잇단 구설수에 달려들고 있는 현실은 김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객관적 검증과정을 가미할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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