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 테러비상이 걸렸다. 지난 26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폭발사건이 테러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걸프전 당시와 같은 수준의 경계령이 발효돼 주요 관공서 공항 등 공공건물 주변의 정비가 삼엄해졌다.이런 분위기속에서 미 국민들 사이에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극도로 안면돼 가고 있다. 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미국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번 폭발사건이 「국제테러의 안전지대」로 믿어왔던 자국 영토내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국내 시설물들이 더이상 테러리즘의 성역이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에 관한한 지금까지 미국은 「성역」이었다. 과거 60∼80년대 중동 등 분쟁지역의 재외 미 공관이나 군사기지 혹은 미국 국적의 민항기 등이 종종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대도시의 건물이 테러리스트들의 타깃이 된적은 거의 없었다. 굳이 예를들자면 지난 75년의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일어난 폭탄테러가 고작이다.
『단순히 폭발물 테러이기 때문에,혹은 입은 피해가 크기 때문에 불안해하는게 아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남긴 새로운 유형의 선례이다. 이제 미국사회는 테러에 대한 면역능력을 상실했다』한 미 테러방지당국 관리의 이같은 말은 WTC 사건을 보는 미 국민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까지의 수사내용을 종합해보면 폭발사고가 자동차에 장착된 고성능 폭탄에 의한 것이며 「세르비아 해방전선」 등 유고내전에 관련된 테러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동차가 유난히 많고 주요 빌딩에 지하주차장이 갖춰진 미국의 도시구조상 WTC 사건과 유사한 폭탄테러가 재발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지난 80년대 중반 한때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다. 당시 베이루트와 쿠웨이트에서 미군 병영에 대한 폭탄테러 공격이 연이어 발생한데다 미국의 중동정책에 불만을 품은 리비아가 종종 「자살공격」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정부는 수도 워싱턴시 외곽을 전자감응 장치가 달린 테러방지용 울타리로 막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여론이 비등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미 국민의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자극,반테러 여론을 불러올 전망이다.<김영린기자>김영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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