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국제적인 위치는 그 나라에 대한 학문적 인식과 정비례해서 정해지게 마련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해외 각국의 한국에 대한 연구·교육 수준과 규모에 깊은 우려를 해왔다.최근 또다시 미국의 「한국학」연구 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가 나와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가 되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우드로 윌슨센터가 내놓은 이 보고서는 미국의 한국학연구가 당면한 위기상황을 말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한국학 연구자는 3백∼4백명선. 중국학 연구자 1천5백여명에 비해 약 5분의 1이고,일본학 연구자 천여명에 비해서도 3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이들 한국학 연구자들은 과반이 한국계 재미교포이고,46%는 한국계 2세이거나 비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학연구가 미국의 학계나 교육계에서 본격적인 연구분야로 자리잡지 못했음을 뜻한다.
우드로 윌슨센터가 지적한 위기상황은 이들 연구인력이 대부분 50대 이상의 나이에 도달했다는 점에 있다. 이들을 이을 후계자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해외 각국의 동양학연구는 중국이 아니면 일본의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학은 우리의 최대 우방인 미국에서도 주변에 위치해 있다. 연구활동 규모가 그럴뿐 아니라,한국은 전통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의 식민지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 35년동안 일제가 뿌려놓은 모략선전의 씨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각국의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제3세계 각국의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를 포함한 교육·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국 교과서의 왜곡된 내용의 시정이 어렵고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겉보기에 우회적인 것 같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한국이해」 촉진방법은 주요 우방 각국의 한국학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난해만해도 미국 예일대학교의 한국어강좌가 개설 2년만에 폐강위기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었다. 후원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비슷한 호소가 컬럼비아대학에서도 제기된 바 있고,최근 영국에서도 지원호소가 있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미미한 한국학연구를 부추기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먼저 정부가 체계적인 정책요강을 만들고,기업들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방에 앉아 「반만년 문화민족」을 자랑할게 아니라,주요 우방 각국의 한국학연구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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