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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의 「인사개혁」/이성준(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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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의 「인사개혁」/이성준(화요칼럼)

입력
1993.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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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의 새정부 인사가 속속 단행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임명대상이 되는 주요 공직자는 장·차관급 정무직 1백30명을 비롯,시·도지사,외청의장,정부부처 소속 기관장,정부투자기관장,정부 재정지원 기관장,각종 단체장 등 줄잡아 3천여명­.기득세력의 중추랄 수 있는 이들 고위직 인사들이 김 대통령의 판단여하에 따라 하루아침에 경질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이번 인사는 가히 「혁명적 성격」을 지닐 수도 있다.

○32년만에 대수술

더구나 김 대통령의 집권은 문민시대 개막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차지하고라도,5·16이후 처음으로 집권세력을 물갈이 했다는 정치사적 의미까지 지니고 있다. 그런 만큼 개혁과 변화를 통해 「신한국」을 건설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집권포부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바로 인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김 대통령의 통치는 「인사의 개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6일 단행된 새정부 조각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교수출신 안기부장이 등장했고,해직교수가 부총리와 교육총수에 기용됐는가 하면,40대 변호사가 1천만 수도 서울의 행정을 책임지게 됐다. 여기에다 국무총리와 전부처의 장관 24명이 한꺼번에 바뀐 것도 81년 5공 출범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88년 2월 6공 출범때의 새정부 조각은 국무총리를 포함해 24명중 3분의 1에 가까운 7명이 그 자리에 재기용됐었다.

그동안 14차례의 새정부 조각이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새정부 조각은 5·16이후 32년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박정희대통령은 자의적인 개혁을 통해 공화국을 바꿔가며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장기 집권했고,5공 역시 군사통치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박 대통령시대의 아류였다. 그리고 6공은 통치기반 조성의 필요성 때문에 5공과의 단절을 소리높여 외쳤지만,새조각에서 7명의 각료가 재기용되었다는 사실이 말해주듯이 민주화로 가는 과도기라는 내재적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다고 하지만,아직도 사회 각 부분의 자율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관의 입김이 스며들 소지가 많은 관치사회의 성격이 강하다. 과도기 관치사회에서 장관 한명이 갖는 인사권의 재량은 소관분야 구석구석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조직이건 책임자 한사람이 바뀜으로써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시골 군수 한명만 제대로 들어와도 그 군은 아연 활기를 띠게 되고,과장 한명만 이상한 사람이 부임해도 그과의 분위기가 이내 흐려지고 만다. 하물며 행정부서 하나하나에 대한 최고책임자인 장관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수립이후 국무총리와 장관 등의 벼슬은 모두 6백60자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에 입각한 23명을 제외하면 4백80명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두번이상 발탁된 사람도 1백명 가까이에 이른다. 이들중 몇명이나 소신껏 소임을 마쳤는지 궁금하다.

○신한국 창조 첨병

지난 6공 5년동안 1백6명이 연 1백19개의 각료자리에 기용됐었다. 평균 재임기간은 1년8일이다. 업무현황 파악에도 모자라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인선이 잘못된 것인지,용병이 잘못된 것인지 짚어볼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위로부터의 개혁」을 다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개혁의 주도자임을 자임했고,권력주변부터 솔선수범할 것을 선언했다. 국정 최고운영자의 이러한 의지를 구현할 「첨병역」은 두말할 나위없이 새정부 임용자들의 몫이다. 앞으로 기용될 후속 임용자들은 개혁추진의 후발부대가 될 것이다. 김 대통령의 의지와 임용자들의 의욕이 맞아 떨어지기만 한다면 개혁은 이미 절반이상 성취된거나 다름없다.

최근들어 각종 여론조사는 새정부의 인사가 대체적으로 잘됐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선이 잘 됐다면,이제 남은 일은 임용된 인사들이 얼마만큼이나 국정운영자의 의지를 받들어 집행하느냐는 문제뿐이다. 아무리 국정 최고운영자가 개혁의 당위성을 목이 터져라 외쳐도 밑에서 따라주지 않으면 개혁의 목소리는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집권당의 당직개편이 임박했고 차관급 후속인사와 시·도지사 인사 등이 금명 단행된다. 후속인사 역시 개혁을 추구하는 새정부의 인선기준에 의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만약 후속인사가 궤를 벗어난다면 첫 인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올 3월은 각종 인사가 핵분열을 일으키듯이 동시 다발로 진행되는 인사의 계절이다. 새정부의 「인사개혁」을 조용히 지켜보자.<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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