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부재속 빚만… 직원들 월급도 못줘/잔류파도 갈등 당유지 노력 한계점에소속의원들의 잇단 탈당으로 급속히 와해되고 있는 국민당이 형식적인 「해체」 수순만을 남겨둔채 사실상 「공중분해」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동길대표는 대표직 사퇴의사를 강하게 시사한뒤 지난달 28일 상오 미국으로 출국함으로써 좌초하는 「국민호」의 선장역할을 더이상 맡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소속의원이 아직 15명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달 27일 양순직 최고위원이 탈당함에 따라 관망자세의 의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당사수」를 주장해온 핵심인사들마저 거취결정에 갈등을 겪고 있는 눈치이다.
광화문 당사는 이미 소유주인 현대건설측이 지난달 27일까지 비워달라는 통고를 해놓은 상태이고 일부 당직자들은 이미 짐을 꾸렸다.
재정은 사무처 직원들의 월급날인 지난달 27일 월급을 한푼도 주지 못했을 정도로 바닥나 버렸다.
오히려 부채가 4백억원에 이른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국민당을 소생시킬만한 인적·물적 자원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의원들을 비롯한 상당수 당관계자들이 당해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다만 일부 지도부와 원외 위원장들이 당의 존속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들의 움직임은 이미 정치적 의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의원간담회에서 당의 구심점이 되어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에 『구심점이 되어 당을 끌어가기에는 능력이 부친다』고 말해 사실상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박영록 최고위원에게 자신의 부재중 대표권한대행을 맡아줄 것을 부탁한뒤 미국으로 떠났다.
김 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히고 양순직 최고위원이 탈당함으로써 국민당은 그야말로 「구심점」을 상실한 상태가 됐다. 잔류의원중 핵심인사로 이자헌 김용환 박철언 유수호 김복동 최고위원 등이 있으나 어느 누구도 난파선의 중심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 같은 입당파인 한영수 최고위원은 이미 당을 떠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하게 박영록 최고위원이 대표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원외라는 점에서 실질적 「대안」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 핵심잔류 인사들도 「당해체후」를 염두에 두고 각자 갈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민주당으로부터 강하게 영입교섭을 받고 있으나 지역구 사정 등을 고려,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은 따라서 원내 당직자들이 뒤로 물러선 가운데 당분간 박영록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원외세력에 의해 간신히 명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선당시의 좋은 성적 때문에 이름만 유지해도 최소한 연간 10억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게되는 국민당은 현대와의 부채 때문에 송사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당의 명맥을 잇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국민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대체로 민자당 입당을 희망하는 측과 무소속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는 세력으로 나뉜다.
원내 교섭단체를 적극 생각하고 있는 인사는 양순직의원. 곧 탈당할 한영수의원도 같은 입장이다.
양 의원은 탈당직후 동료 탈당의원들과의 모임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무총장을 지낸 김효영의원 등이 적극 동조했으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양 의원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교섭단체 구성에는 「상대성문제」,즉 민자당의 입장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의 실현은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정계를 은퇴한 정주영 전 대표측에서 이같은 교섭단체 또는 최소한 친목단체 성격의 「무소속 동지회」 결성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모임결성 시도가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현재까지 국민당을 탈당한 무소속의원은 19명. 여기에 손승덕 조순환 조일현 정주일의원 등이 추가로 탈당하면 국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은 25명선에 이르게 된다. 이들이 개별적으로 민자·민주 양당에 흡수될지 아니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해 원내 제3세력으로 자리잡을지가 국민당에 쏠리는 마지막 관심거리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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