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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안기부」 기대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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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안기부」 기대한다(사설)

입력
199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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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개혁」 지향의 김영삼 문민정부 출범은 국가안전기획부의 새로운 위상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변화하고 개혁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안기부 역시 변화와 개혁의 우선적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안기부 개편의 필요성은 지난해 9월 안기부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선언했을 때도 제기됐으며,국회도 안기부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대통령선거 바람으로 주춤한 상태이다. 그러나 김영삼정부의 첫 조각에서 국제정치 학도인 김덕교수가 파격적으로 안기부장에 기용되고,이제까지 관례로 되어온 안기부장의 국무회의 참석도 배제됨으로써 안기부의 개혁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사실 역대정권의 안기부장은 군과 검찰출신 등 체제수호에 앞장선,통치권자의 심복들이 주류를 이뤘다. 안기부는 본연의 임무인 대공사찰에 힘쓰기보다는 정권안보를 위한 야당과 민권탄압에 오랫동안 앞장섬으로써 특히 정치공작의 상징처럼 인식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한 공작정치에 누구보다도 오래 시달려온 경력을 지닌 김영삼대통령이 자신의 첫 정부를 구성하면서 순수한 학자를 안기부에 영입,기용한 것은 여태까지의 무소불위한 안기부를 새롭게 민주화한 안기부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김덕 안기부장도 취임소감을 묻는 기자질문에 『정치사찰기능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국가이익을 위해 해외정보와 대북정보에 역점을 두겠다』고 천명했다. 김 부장의 발언 역시 문민정부의 개혁의지에 발맞춰,과거 어두웠던 안기부의 이미지와 운영행태를 밝은 쪽으로 일대변혁하겠다는 다짐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안기부가 대공분야 등 음지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노력한 업적은 실로 막대한 것이다. 그 부분을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공기관으로서의 정당한 업무영역을 넘어선 초법적 정치공작과 정치사찰은 차제에 발본색원돼야 한다. 과거에도 안기부의 정치간여 문제가 공론으로 제기된 일이 없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용두사미로 끝났음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과감하게 정치사찰 관련부서를 폐지하는 대신에 해외정보 관련부서를 강화해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세계는 바야흐로 냉전이후 시대이며 국가이기주의에 따른 경제전쟁이 도처에서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CIA와 영국의 MI6,러시아의 KGB 등 세계를 주름잡던 정보기관들도 지금 사회안전을 위한 활동이외에 해외산업 정보에 주력하고 있음은 우리에게도 교훈이라 할 것이다.

정치적 중립과 함께 안기부가 기필코 개혁해야 할 일은 수사권의 남용을 막는 일이다. 안기부의 수사권은 간첩 및 간첩관련죄로 엄격히 제한해야 하며 어떠한 인권탄압 사례도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안기부법이 개정되어 법적 보장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국회에 정보위원회를 설치하여 안기부의 운영과 예산과 집행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안기부의 개편은 새문민시대의 개혁차원에서 착실히,그리고 과감히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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