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의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세칭 용팔이사건)의 배후수사가 실로 오랜만에 재개되어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건발생 6년이 지났고,배후혐의로 공식 수배된지 3년이 지나도록 변호사노릇까지하며 거리낌없이 지내온 이택돈 전 의원을 검찰이 돌연 구속하기에 이르렀으니 누구나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케 한다.용팔이사건이란 지금와서 돌이켜봐도 사건성격이 너무나 뻔하다. 권위정권시절 김영삼·김대중씨 등 당시 야당 지도자들이 고분고분한 야당 대열을 박차고 나와 성명·강경 야당인 통일민주당을 창당하려하자 백주에 수백명의 폭력배들이 창당대회장과 18개 지구당을 습격하고 난동을 부렸던 것이 사건의 겉보기 줄거리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용팔이사건을 분당을 막으려는 야당 내부의 집안싸움으로 몰아붙여 외면한 수사당국의 태도와 해명을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국민들은 폭력을 교사한 이택돈·이택희 전 의원과 이승완·김용남씨(용팔이) 등 하수인 노릇을 한 폭력단 두목들이 사건후에도 대로를 활보하자 이 사건이야말로 야당 말살을 노린 5공의 대표적 정치공작사건으로 여겼었다.
당시 김영삼 야당 총재가 사건배후에 안기부를 비롯,권력기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한바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김 총재가 이제는 대통령이 되어 문민정부를 이끌게 되면서 비로소 이씨가 검거되기에 이른 과정을 되짚어본다면 수사재개의 의미심장함이 새삼 부각된다 하겠다. 5공때 터진 사건을 6공 들어서야 마지못해 이승완·김용남씨에 이어 이택희 전 의원만을 구속했으나 그 이후로 끝내 추적하지 않았던 이택돈 전 의원을 문민정부 출범에 때맞춘듯 수배 3년만에 구속함으로써 배후규명의 실마리가 풀리게 되었으니 누구나 일말의 감회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씨 구속과 배후수사 재개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너무나 높다. 이번 수사야말로 수 없이 자행되었으나 묻혀버린 5·6공 시절 검은 정치공작사건들의 실상을 진정으로 파헤쳐 청산하는 소중한 본보기로 삼아야 마땅하다는 주장이고 바람인 것이다.
그동안 온갖 정치공작의 배후로 떠오른 안기부도 첫 문민부장을 맞아 탈바꿈의 길로 들어선 시점이다. 또한 새정부의 첫 각의에 안기부장의 참석마저 금하기에 이른 새대통령의 강한 의지나 오늘의 시대정신에 유의한다면 용팔이사건의 배후쯤 규명못할 이유도 없겠다. 검찰은 이번 사건수사 재개가 지닌 이같은 의미를 깊이 인식,성역없는 수사로 배후를 착실히 밝혀내길 기대한다.
아울러 5년넘게 종적이 묘연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씨 사건도 남아 있다. 그동안 못잡는 것이 아니라 안잡는 것으로 여겨져온 정치성 흑막사건들의 해결없이는 아무리 새시대라지만 법치의 정착은 어렵다. 정치권이나 국가기관 그리고 수사당국의 분발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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