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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각의 선결과제/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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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각의 선결과제/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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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미국이 이 지경에 이르다니… 내 평생 그때처럼 참담한 심정인 때는 없었다』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제32대 미 대통령취임식을 끝낸 다음날인 1933년 3월5일 미국 경제현황을 보고받았을 때 받은 충격을 훗날 술회한 말이다. 당시 미국은 은행 등 수백개의 금융회사가 파산하고 재고품이 넘치고 농업이 크게 위축됐으며 거리에는 넥타이를 맨 1천7백여만명의 실업자와 걸인들이 넘치는 등의 경제공황으로 실의와 절망속에 빠져 있었다.

현황파악을 끝낸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한 그 자체다』고 선언한뒤 9일부터 휴일까지 잊은채 핵심 각료들과 1백일 연쇄 대책회의를 열어 1일 1건씩의 경제난 타개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매주 라디오를 통해 노변환담식으로 국민에게 정부의 시책을 소상히 설명,공감을 얻어 결국 뉴딜정책으로 미국을 되살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로부터 60년뒤인 요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침체된 미국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백악관의 예산과 인원을 25% 감축,절약의 모범을 보이는 한편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선거공약을 뒤엎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리고 국방비 등 정부지출을 줄이는대신 단기 경기부양과 공공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경제대책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전국을 돌며 국민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직소유세를 벌이고 있다. 클린턴은 특히 선거때 공약했던 각종 개혁사업을 정부출범,1백일내에서만 추진 가능하며 더이상 미룰 경우 각계 이익집단의 압력으로 불발될 것으로 보고 개혁추진 1백일작전을 병행하여 국민의 조용한 호응을 얻고 있음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김영삼정부는 1주일동안 청와대 비서진,국무총리와 각부처 장관 등의 임명을 완료함으로써 골격을 갖추고 발진했다. 새정부의 목표는 한국병 치유를 통한 새한국의 건설이다.

이것이 과감한 개혁과 변화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김 대통령이 조각후 첫 각의에서 당부한 말은 개혁에 대한 그의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장관들은 어느 분야부터 혁신의 메스를 가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김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당면한 목표로 제기한 부정부패 척결,경제회복,국가기강 확립 등 3대 과제중에서 선결해야 할 것은 단연 부정부패의 척결,그것도 공직사회의 부패근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를 살리는 것도 또 흔들리는 국가기강과 사회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 과제의 성패도 바로 공직사회의 부패일소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선전포고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부패공화국」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나라 곳곳이 부정부패로 중환에 걸려있다. 관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교육계 등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뇌물과 봉투 등 부패에 물들지 않은 곳이 없다. 차라리 『썩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는가』고 찾아보는 쪽이 쉬울지도 모른다. 조금 심한 표현이지만 결코 과장이 아니다. 부패의 증세가 가장 심한 곳이 공직사회라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동의할 것이다.

물론 묵묵히 자기 직무에 열심히 일하는 많은 공무원들까지 연루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일보가 지난달 시리즈로 연재했던 「부패와의 전쟁」을 보면 어이가 없다.

관의 인·허가때 아예 협정금품을 요구하고,조그만 단독주택을 짓기까지 42곳에 인사해야 하며 중소기업의 매출액의 10%가 패물성 경비로 나가고 일부 음식점 유흥업소 등은 손벌리는 곳이 많아 아예 휴폐업까지 했다는 얘기는 이젠 상식처럼 되어 있다.

이것 뿐인가. 소정의 서류를 제출해도 기다리라며 봉투를 원하고 또 물품구입과 보상 등 각종 경비책정때 과다책정하여 혈세를 횡령하는 등 공직사회의 부패는 구조적이고 심화되어 있는 것이다.

새정부는 바로 이것부터 도려내야 한다. 아울러 무사안일 눈치보기 무책임도 마땅히 쓸어내야할 악습이다. 역자는 새각료들이 학자·법조인 출신이어서 행정경험의 부족을 우려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관료와의 인연이 없기 때문에 단호하게 척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고나 훈게정도로는 안된다. 파면과 추방 등의 가차없는 응징으로 단죄해서 공직사회에 신풍이 불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하면 일반 각계의 부패도 사라지고 또 이어 새정부의 각종 개혁작업에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뒤따를 것이다.

김영삼정부의 실천의지를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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