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장·경호실장 “각의에 참석말라”청와대가 바뀌고 있다.
새주인인 김영삼대통령을 맞아 달라져가는 모습이 확연하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모습이나 집무스타일과 의전형식,대통령에 대한 경호스타일,청와대 앞길 개방같은 외양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형식주의나 권위주의의 때깔을 벗겨내려는 노력이 김 대통령의 「솔선수범」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 취임 사흘째인 27일 상오 청와대에서 열린 새정부 첫 국무회의에는 감사원장과 안기부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이날 각의 개의선언에 앞서 『과거에는 청와대 국무회의에 감사원장과 안기부장이 참석했으나 그분들이 참석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 두분에게 앞으로는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장과 안기부장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참석멤버가 아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각의에는 참석해온 관례를 이번에 시정토록 한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또 과거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참석해오던 경호실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경호실장 역시 앞으로도 계속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사실 박상범 신임 경호실장은 요즘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청와대내 행사면 경호실장이 어김없이 수행하던 경호스타일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본관 행사장소 곳곳에 배치되던 경호원 숫자가 줄었음은 물론이다.
이날 국무회의가 끝날무렵 김 대통령은 2차례씩이나 국무위원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말해 달라』고 권했다.
첫 국무회의였기 때문인지 발언자가 없어 「격의없는 얘기 기회」는 이어 있은 오찬석상으로 넘어갔지만 앞으로 달라질 국무회의 모습이나 분위기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김 대통령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모습은 취임날 하오에 있은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서부터 엿보였다. 김 대통령은 보통 근엄하기 이를데 없어야할 행사로 인식돼온 임명장 수여식에서 홍인길 총무수석에게 임명장을 주며 『홍 수석은 키가 너무 커서…』라고 조크를 던졌다. 이에 뒤에 서있던 다른 수석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홍 수석도 따라 웃으며 돌아섰다. 김 대통령이 이어 『며칠 있으면 방한하는 콜 독일 수상도 키가 너무 커 큰 일』이라고 하자 수석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김 대통령은 26일 신임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줄때도 한사람 한사람에게 『할일이 많습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살이 많이 쪘군요』라며 관심과 친근감을 표시했다.
김 대통령을 측근서 오래 보좌해온 사람들은 김 대통령의 이같은 모습이 민자당 대표시절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야당 총재시절과 조금도 달라진게 없다고 얘기한다.
김 대통령은 취임식날 한 행사때 수행한 풀기자에게 악수를 하며 『수고한다』고 했다. 과거 같으면 수행경호원들이 기겁을 했을테지만 김 대통령 스타일을 익히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인듯 이날은 태연했다.
김 대통령은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서도 앞으로 장관들과의 면담기회를 자주 갖겠다고 약속했다. 임명장을 준후 한달에 한두번 만날 수 있을까 말까한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오는 2일 한완상 통일부총리,3일 오병문교육,4일 박희태 법무,5일 이인제 노동장관과의 조찬겸 업무협의 일정이 짜여져 있다. 식사는 설렁탕이나 된장국 정도가 될 것 같다는 전언이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입주전에 집무실 집기부터 바꿀 것을 지시해 이미 모두 교체됐다. 호화로운 의전용에서 일하기 편리한 보통의자와 책상으로 바뀐 것이다. 어찌보면 청와대가 바뀌었다기 보다 김 대통령의 취임전후 모습에 달라진게 없다는 표현이 맞을듯도 싶다. 김 대통령은 27일에도 새벽 5시에 어김없이 기상,경복궁경내에서 조깅을 했다.
이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같은 청와대 외양과 분위기의 변화속에 어떤 「내용」을 담아내느냐일 것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새정부가 내건 개혁의 성공이다. 문민정부는 여러가지 면에서 실험대에 서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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