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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변화(문민정치시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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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변화(문민정치시대:3)

입력
199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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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대신 자율보장 “새지평”/「고통분담」 구체 청사진 관심김영삼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에게 땀과 눈물과 고통을 함께 나누자고 요구했다. 또 많이 가진 사람,힘있는 사람이 더 양보해야 하고 누구도 성급하게 내 몫만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첫 목소리로 국민에게 고통의 분담을 거리낌없이 강조한 것은 분명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는 정권의 정통성에 비교적 자신이 없던 역대 정부가 급속한 경제발전의 비전제시로 국민을 무마하거나 웬만한 방송도 눈감을 만큼 인기영합적인 자세를 취해온 점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문민정부의 이같은 당당한 자세는 뿌리만큼만 거두게 돼있는 경제분야에서 종전보다 정책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일단 기대된다.

이와함께 현재 우리 경제가 무척 어려운 처지에 몰려 과거같으면 의례적인 수식어 정도로 흘려들을 「고통분담론」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진지하게 경청하는 분위기가 된 것도 과감한 개혁과 체질개선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새정부는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한편으론 바닥으로 떨어진 경제를 되살리는,어찌보면 비교적 수월한 입장인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기존 제도나 의식 및 관행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새 「지평」을 열어야 하는 부담도 떠안은 셈이다.

김 대통령은 경제의 활력회복을 위해 『규제와 보호대신 자율과 경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자율경제라는 구호는 이미 5공 때부터 귀가 아프도록 강조됐으나 좀처럼 실천에 옮겨지지 못한 과제다.

말만 앞세우는 자율은 무의미하다. 낡은 권위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관료,제 발로 서서 땀흘리는 기업,권리요구와 아울러 책임도 다하는 근로자가 돼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가 자기 희생을 전제로 흔쾌히 자율에 동참하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개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새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개혁의 방향은 지난 88년 6공 1기 정부 출범이후 우리 경제가 겪은 각종 부작용을 돌이켜보면 명확해진다.

지난 5년간 우리 경제가 치른 홍역은 실로 엄청나다. 분에 넘친 3저 호황에 연 12∼13%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다가 지난해 하반기엔 성장률 2∼3%의 급격한 침체로 이어졌다. 88년과 91년 만 3년새 국제수지는 1백42억달러 흑자에서 87억달러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연 3% 이하로 안정됐던 물가는 수년째 계속 두자리를 위협했다.

이같은 경제현실은 호황과 불황이 엇갈리는 경기순환의 차원과는 분명히 다르며 앞으로 뼈를 깎는 구조개혁없이 다시 순조로운 성장궤도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위기신호라는데 전문가들은 동감하고 있다.

국민들이 일상생활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현상에도 결코 이대로 방치돼선 안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불가 몇년새 집값을 두배 세배 이상 올려버린 부동산투기의 광풍과 그에 따른 분배왜곡,물가폭등과 민주화추세에 편승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근로의욕 상실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고착시켰다.

기업가는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 「재테크」 등 당장 눈앞의 이익챙기기에 바빴다. 소비자는 저축할 의욕을 잃고 과소비 낭비 사치경쟁에 빠져 적게 일하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길만을 찾았다. 정부주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필요악처럼 당연시된 각종 규제는 이제 경제활동의 목을 죄는 멍에로 탈바꿈,온갖 부정부패를 양산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산업구조 조정의 진통속에 중소기업 도산과 기업인 자살사태가 꼬리를 무는가 하면 공룡처럼 비대해진 재벌은 정치까지 넘보는 상황이 됐다.

결국 문민정부의 경제팀에는 30년 개발독재가 남긴 낡은 제도와 불필요한 규제·관행의 군살을 가차없이 도려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새정부의 개혁의지가 바위처럼 굳다』고 피부로 느끼도록 실명제 실시 등 단호한 청사진을 빠른 시일내 펼쳐 달라고 고대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상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손대지 못하게될지 모르는 「마지막 수술기회」라는 지적도 나올 정도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26일 새정부의 조각발표 이후 『경제각료들의 면면이 획기적 개혁을 추진할 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못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고통분담이 나에게만은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저항을 감안할 때 각료인선 과정에서 이미 개혁의 돌파력이 무뎌진게 아니냐는 노파심 때문일 것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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