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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상한 증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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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상한 증시(사설)

입력
199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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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이상한 증시다.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25일 서울증시는 30여년만의 문민정권의 출발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반영,주가가 뛰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이 예측을 뒤엎고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7.20포인트 떨어진 6백55.61을 기록했고 거래량도 2천3백40여만주로 3천만주에 크게 미달했다. 올해들어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투자자들은 새 대통령취임식 날의 이와같은 주가하락에 대해 『잔칫날 배곯았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주가는 개각이 발표된 26일에도 회복되지 못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증시에 나도는 주가하락의 원인설이다. 김영삼대통령이 부정부패의 척결과 국가기강의 확립 등 개혁과 혁신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변화와 개혁을 회피한다면 우리는 역사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개혁은 첫째 부정부패의 척결,둘째 경제를 살리는 길,셋째 국가기강의 확립 등 세가지의 당면과제의 실천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 대통령이 나라를 바로잡고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하는데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정말 당혹스럽다.

증시 나름대로의 해석은 있다.

첫째 투자자들은 이날 은행,보험회사,증권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경축의미에서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주식을 크게 매입할 것으로 생각하고 높은 시세에서 주식을 내다 팔 생각이었으나 기관투자자들의 별다른 주식매입이 없자 실망한채 팔아 치웠다는 것이다. 둘째는 김 대통령이 불황타개보다는 부정부패의 척결을 강조,금융실명제의 실시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증시에서는 금융실명제 실시설로 예탁금이 급격히 감소하고 주가도 하락세를 보여왔던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증시와 투자자들이 얼마나 병적이고 파행적인가를 웅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증시와 투자자들의 사고와 행태가 이 정도까지 병리적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경식 신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과 홍재형 신임 재무부장관은 취임 제1성으로 『실명제를 실시해야 하지만 그 방법과 시기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검은 돈」을 두둔하는듯한 소리다. 차제에 금융실명제 등의 개혁은 서둘러 단행돼야 한다. 내일의 비약을 위해 부분적인 부작용은 감내해야 한다. 나라경제가 지하경제의 포로가 될 수 없다. 또한 증시도 부정과 비리의 척결을 위해 감독은 강화하되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 인위적인 간섭은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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