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웅변조로 시종했던 김영삼 새 대통령의 취임연설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국정 청사진을 각 분야별로 골고루 언급했다.국내외적으로 처한 한국의 현실진단도 정확한 것 같고 그러한 현실인식의 바탕에서 제기한 문제들도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방법론 역시 국민의 공감을 살만하다고 생각된다.
냉전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경제전쟁,기술전쟁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정세분석부터 그렇다. 이처럼 국민적인 도전을 요하는 이 시점서 우리는 패배주의에 빠져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한국병을 거듭 개탄했다.
그래서 김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부정부패의 척결,경제재건,국가기강 회복 등 3가지를 개혁의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여러기관이나 단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길가는 사람한테 물어보아도 표현은 약간씩 다를 망정 누구나가 한결같이 지적하는 현안문제들이다.
이런 개혁의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위로부터 앞장서고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다짐이 우선 든든하게 느껴진다. 특히 지도자로서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부분은 현장을 뛰고 달리겠다는 결의와 의지의 표명이다. 김 대통령은 「국민이 일하는 현장,기쁨과 고통이 있는 현장에 함께 있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높은 곳에 앉아서 결재서명이나 하고 회의나 연회 등 형식적인 의전행사 일정에 얽매이다보면 국민들과는 모르는 사이에 멀어지게 마련이다.
흙손에 비지땀을 흘리는 농부,기름찌든 작업복의 공원,냄새나는 시장터의 서민 등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손잡아 주고 등을 두드려 준다면 국민은 없는 신바람이라도 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부터 이런 식으로 현장을 뛰기 시작할 때 무사안일과 관료주의 타성은 절로 불식될 것이다.
대통령부터 정부의 고위 공직자와 일선 기관의 공무원들까지 모두 한마음이 되어 모든 분야의 현장에 동참하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굳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말을 할 필요도 없게 될지 모른다.
정부 스스로가 국민들의 일하는 현장에 뛰어들어 함께 땀흘리는 자세야말로 신한국 창조에 전국민의 힘을 모으는데 더이상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손발에 흙을 묻혀가며 뛰기로 작정한다면 개혁과 변화가 두려워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려던 이른바 기득권 세력도 저절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자세로 돌아설 것이 틀림없으리라고 만든다.
「현장 대통령」의 각오와 결의로 5년간을 한결같이 일한다면 1998년 2월24일 김영삼대통령은 자랑스런 모습으로 이날의 취임사를 다시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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