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산실” 정책입안등 주도/「권부」 탈색 새 위상정립 병행김영삼대통령은 청와대가 개혁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의 최고 정책목표인 개혁의 추진에 있어 청와대가 사실상 그 주체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개혁정책의 집행은 내각의 몫이겠지만 정책입안은 청와대 비서실이 주도할게 분명하다. 개혁추진의 힘 역시 청와대로부터 비롯될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구성에서부터 그같은 뜻을 나타냈다. 박관용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을 자신의 개혁의지를 몸으로 체득하고 실행해갈 수 있는 사람들로 임명한 것이다.
실무행정 경험보다 오히려 이점을 더 중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새 정부의 개혁정책이 「위로부터의 개혁」이란 성격을 뚜렷이하고 있는 만큼 개혁추진이 대통령이 자리한 청와대로부터 이뤄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이러한 시대적 임무를 부여받은 한편으로 문민시대에 맞는 새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 문제를 동시에 떠맡고 있다. 이는 청와대 자체도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과 통한다.
김 대통령이 슬로건으로 내건 「윗물맑기운동」도 그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청와대가 개혁정책의 산실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면서도 문민시대에 맞게 과거의 권부이미지를 탈색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이율배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정부의 청와대는 이를 이뤄내야하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국가원수의 통치보좌기구로서 그 기능이나 역할 때문에 자칫 권부로 비쳐질 수 밖에 없게 돼있다.
입법 사법 행정에 걸쳐 거의 모든 보좌기능을 갖고 있는게 청와대 비서실이다. 대통령의 비서실 운용방향과 따라서는 정치와 행정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정부안의 정부」로서까지 기능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과거의 청와대 비서실이 실제로 그런 측면이 컸다.
3공 때의 청와대 비서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소내각」이라 불리면서 비서정치의 폐단을 낳았다.
5공시절 역시 3공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청와대 비서실의 정치와 행정에 대한 장악력이 상당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6공 들어서는 권한행사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본래의 보좌 및 참모기능으로 돌아갔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6공도 초기에 정책보좌관실이 북방정책 등을 주도하면서 내각의 소외를 낳았고 모든 정상외교는 외무부를 제쳐놓고 청와대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을 낳았다.
김 대통령도 과거의 이같은 부작용이나 폐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각이 소신을 갖고 정책을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청와대의 권부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사전조치를 이미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6공때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자리가 12개이던 것을 9개로 줄여 우선 기구를 축소했다. 직급도 장·차관급이던 것을 비서실장을 제외하고는 차관급으로 격하시켰다. 경호실장 역시 차관급으로 낮추었다.
무엇보다도 공직자의 사정기능을 갖고 있던 사정수석실을 폐지,민정수석실에 흡수시켰다. 청와대 앞길을 개방한 것도 청와대하면 권력을 연상케하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하나의 가시적 조치로 여겨진다.
이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청와대 비서실이 어떤 기능을 해나가느냐일 것이다.
모든 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정·추진하고 정부부처 업무까지 종합 조정하는 실질적 결정권자로 기능하느냐,대통령의 보좌 및 참모기능만을 수행하느냐이다.
개혁을 산실로 기능하면서 권부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일은 얼핏 딜레마일 수도 있다.
이경재 공보수석도 『인원은 가급적 줄이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청와대거 담당할 정책과 전략적 기능을 고려할 때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원과 기구축소만이 능사는 아니란 얘기이다.
김 대통령이 표방한 「작고 강력한 정부」처럼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청와대가 개혁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새 위상을 정립하려면 주인인 대통령과 구성원들이 비서실을 어떻게 운용해 가느냐는 의지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윗물맑기는 청와대부터라는 마음가짐일 때 개혁의 힘은 저절로 우러날게 확실하다.
청와대가 그러한 힘을 발휘할 때 국민들이 이를 과거처럼 「무소불위의 권력행사」로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영삼 새 정부의 청와대는 단순한 변모가 아니라 새 위상정립의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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