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 치유」 강한 의지 천명/정부 솔선수범 국민동참 유도/안정바탕 「자율경제」 강조김영삼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정지표를 「신한국」 건설에 두고 이를 위해 과감한 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가 처해있는 사회병리현상을 「한국병」이라고 명명한뒤 자신이 창조하고자하는 「신한국」을 이에 대칭시켰다. 이와함께 그는 우리의 현실을 도약과 낙오의 갈림길에 서있는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취임사에서는 보랏빛 청사진의 제시보다는 각고의 노력을 통한 상황극복 요청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 대통령은 비교적 짧고 간결한 문체의 취임사를 읽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는 제스처를 통해 강력한 통치스타일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이전에 계속되었던 32년간의 군사통치가 「한국병」을 고질의 단계로까지 심화시켰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는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고 사회 가치관이 붕괴돼 부정부패의 구조적 확산이 만연돼가고 있는 「한국병」 증후군을 단호히 수술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진다.
김 대통령이 이를 위해 당면 실천과제로 제시한 것은 ▲부정부패 척결 ▲경제회생 ▲국가기강 확립 등이다. 김 대통령 정부의 집권 초반기 시정방향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대통령 당선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이같은 방침을 되풀이해 강조했고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 정부요직 인선과정에서도 이를 행동에 옮기고자 했다.
김 대통령이 감사원의 기능과 위상을 대폭 강화하고 경제를 아는 인사를 총리에 기용했다고 밀한 점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또 청와대 수석비서진 인선에서도 개혁의지가 반영되었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이 우선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부정부패의 척결. 그는 『부정부패는 나라를 좀먹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규정한뒤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부정부패의 소지가 없어져야 사회가 바로 서고 경제도 회생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자신이 펴나갈 경제정책을 「신경제」라고 이름지은뒤 모두가 신바람나게 일함으로써 경제를 살려 나가자고 호소했다.
김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와 보호대신에 자율과 경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뒤 『정부는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로자는 열심히 땀흘려 일하자』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국가기강이 흐트러져 있다고 지적한뒤 이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권력의 정통성을 앞장 세워 목적을 위해 절차가 무시되는 편법주의와 법질서 붕괴 등을 단호히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국정목표의 요체가 개혁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집권세력이 개혁에 솔선수범을 보이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시작될 것임을 선언했다. 그는 이미 「윗물맑기운동」을 통해 집권세력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거듭 천명해왔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개혁과 경제회생에 절대 필요한 고통을 국민 모두가 분담하자고 호소했다. 이는 김 대통령이 정통성을 확보한 문민시대의 개막자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특히 『가진 사람,힘있는 사람이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해 개혁이 기득권 세력의 이해와 상충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의 대부분을 내정문제에 할애했지만 남북문제에 대한 언급만큼은 빼지 않았다. 그는 이례적으로 김일성주석을 직접 호칭한 다음 언제 어디서든지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남북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이 대목에 이르러 『따뜻한 봄날의 한라산 기슭도 좋고 여름날의 백두산 천지도 좋다』고 다소 감상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통일에 임하는 입장이 감상적인 통일 지상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일부러 명기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신한국」 「신경제」 「신교육」 등 신이라는 수식어를 유별나게 많이 사용했다. 이는 개혁을 통해 나라를 거듭나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되고 있어 그의 개혁구상이 빠르게 실천에 옮겨질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 자신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않고 말 것』이라고 말했듯이 취임사는 김 대통령의 앞날이 기회와 도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은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뒤 『너와 내가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 눈물과 땀을 흘리자』고 동참을 강조하는 것으로 취임사를 끝내고 있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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