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민주당은 25일 김영삼대통령 취임식전에 불참한데 이어 황인성 국무총리와 이회창 감사원장의 임명동의까지 거부했다. 「용공음해 시비」에 대한 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사과발언이 여야 총무가 합의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을 오히려 「기만」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저간의 사정이 어떠했든,우리는 온국민의 축복속에 이뤄져야 했을 30여년만의 문민정부 출범에 야당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어 등을 돌린 오늘의 우리 정치수준을 개탄해 마지 않는다.과거 역대 독재정권이 야당탄압의 빌미로,또는 정권의 유지수단으로 용공음해를 일삼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민주당 후보가 지난 대통령선거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고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대선이 2개월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까지 대선때의 쟁점에 매달려야 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할 가장 비정치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엄밀히 따지자면 용공음해 시비는 선거의 결과로서 이미 그 심판이 끝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일이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민주당이 용공음해 시비를 아직도 삭이지 못하고 문민정부 첫 내각의 총리인준까지 거부하는 사태로 발전함으로써 민주당이 스스로 소집한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이 이렇듯 강경자세로 급선회한데에는 3월 당권투쟁을 앞둔 당내사정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우리는 이를 믿고 싶지 않다. 국내 최대의 야당이며 국민의 막중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할 민주당으로서 명분없는 과거의 쟁점에만 매달려 있는 모습은 더이상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속히 당권을 재확립하여 달라진 시대의 야당상을 보여주기를 당부해마지 않는다.
양비론을 펴고 싶지는 않지만,이번 용공음해 시비에 관한 한 민자당도 잘한 것이 전혀 없다. 여야 총무회담을 통해서 민자당이 용공음해 문제에 대해 사과하기로 합의했다면,그 약속은 공당답게 깨끗이,뒷말이 나지 않도록 지켰어야 하는게 아닌가.
김종필대표의 발언은 아무리 보아도 사과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애매모호하다. 김 대표는 『민자당이 어떤 용공음해도 한 일이 없으며,다만 어떤 진의가 아닌 발언들에 의해 김대중 전 대표나 민주당측이 감상적으로 훼손을 당했다면 그것은 우리의 본의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같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정치적 수사가 결과적으로 야당을 자극,민주당의 대통령취임식 불참을 초래한 것이다.
지금은 온 국민이 새로운 기대와 결의를 가지고 새 문민정부 출범이라는 대국을 지켜보고 있는 때이다. 여야 모두 당리당락에 따라 불필요한 명분싸움을 벌이는 소아적인 구태는 더이상 보여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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