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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와 권위/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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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와 권위/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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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과 고성,궤변과 억지,그리고 거수기. 일반인들에게 대체로 각인돼있는 국회의 모습이다.그동안 군사문화에 젖은 정권들이 조작해낸 모습이기도 하고 정권의 요구에 순종한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스스로 설정한 위상일 수도 있다.

어쨋든 새 대통령의 취임식 하루전까지도 「용공음해 시비」에 대한 사과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첨예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그런 곳이 바로 국회이다.

그러나 국회는 이처럼 취약한 협상능력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필요할 경우 놀랄만큼의 의견일치를 이뤄낸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익에 관계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과단성있고도 신속하게 합치된 모습을 보인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기 및 국회의원배지 등에 관한 규칙개정안도 그중 하나이다.

국회운영위는 국회의원배지를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배지의 권위주의적 성격을 없애고 국민에 대한 친밀감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달았다. 새 배지의 지름을 기존의 1.8㎝보다 0.2㎝ 줄였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했다.

그러나 크기도 크기이지만 이번 배지변경의 요체는 역시 배지둘레의 자색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구형배지와의 차별성,즉 구형배지를 모방해 만든 지방의회의원 배지와의 차별화에 주안점이 두어졌다는 얘기다.

이날 유일하게 반대한 원광호의원의 지적대로 『권위주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의원 배지와 구분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 때문에 바꾸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의 권위를 흉내낸 지방의회의원들의 작은 「권위주의」도 책망받아 마땅하다.

국회의 바람직스럽지 못환 모습만을 재빨리 흉내내는 일부 지방의회의 작태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들 지방의회의 「스승」이 국회라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일본만 유지하고 있는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이미 10여년전에 청산해버린 「배지 권위주의」를 우리 국회는 계속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 대화와 생산의 장이라면 국회는 배지보다 더한 권위를 절로 얻게 될 것이다. 배지를 바꾸지 않고도 국회의 권위를 보다 확실하게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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