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은 23일 퇴임회견에서 「단절없는 역사」를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회견서두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리 현대사가 단절을 거듭해온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며 오늘의 거울」이 되어야 하는데 어제를 모두 부정한데서 「자존의 상실과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단절없는 역사를 애기한 것이 이날 회견에서가 처음은 아니다.
올해들어 퇴임 한두달을 앞두고 각계 인사와 잦은 오찬·만찬을 갖는 자리에서 같은 말을 몇차례씩 했다.
재임 5년을 정리는 성격의 모임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 하니까 5공과의 갈등해소를 염두에 둔 화해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5공시절 각료들과의 오찬석상에서 그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
『5공도 평가받을 부분이 많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그가 한 말은 오히려 새 정부를 향한 당부나 호소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퇴임을 하루 앞둔 회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5공 권위주의 정권과 새 문민정부를 잇는 과도기를 이끌었다고 자임하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의 승계」에 남달리 관심이 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노 대통령처럼 전 정권과의 관계에서나 차기정권과의 관계에서나 똑같이 묘한 처지에 있게 된 경우도 드물 것 같다.
정국운용과 정권유지의 유효한 방편에서였겠지만 같은 뿌리인 5공인데도 단절만을 외치다 갈등과 불화를 낳았다.
전직 대통령과는 5년만에 처음으로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어색하게 만나게 돼있다.
차기정권이 어떻게 탄생했는가. 노 대통령이 주도한 3당 합당에 힘입은바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6공은 벌써부터 차기 정권으로부터 차별화의 대상이 돼있다.
노 대통령의 「역설」대로 「역사와 평가」와 「역사의 부정」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말은 새 정부나 국민이나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다만 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그말을 하는데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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