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시설 강제사찰이 최우선 해결책/북한 핵카드 이용한계… 수용할 수 밖에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 문제가 최우선 의제로 상정된 IAEA(국제원자력기구) 정기이사회가 22일부터 빈에서 열리고 있으나 예상대로 별다른 진전을 못보고 있다.
이사회는 통상 2일간의 회의기간을 4∼5일로 늘렸고 이중 3일간 북한 핵문제를 집중 논의할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IAEA의 관심과 우려가 큰 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은 문제의 핵심인 IAEA의 특별사찰 수락요구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면서 사찰결정의 부담성만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IAEA는 이런 북한의 태도로 미뤄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고 강력한 사찰수용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측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계관 외교부 순회대사의 발언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김 대사는 『IAEA의 6차례 사찰결과와 우리가 제출한 최초 신고내용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이는 과학적 방법을 통한 혐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AEA의 측정에 잘못이 있을 수 있고 북한의 측정방식과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차이점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인데도 IAEA가 이같은 노력은 외면하고 핵관련 시설이 아닌 군사시설에 대해 무조건 특별사찰만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에 비판적인 대다수 이사국들은 이를 북한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로 분석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도 IAEA는 그동안 법적으로 기술적으로 충분한 분석을 통해 특별사찰 결정을 내렸다면서 필요한 것은 현장에 대한 검증과 추가정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IAEA가 특별사찰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불일치」 부분은 비밀사항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핵전문가들에 의하면 북한이 신고한 미량의 플루토늄과 IAEA가 검증한 플루토늄 성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신고내용에 강한 의혹을 갖고 있는 IAEA는 따라서 외부정보분석 결과 핵폐기물 장소로 믿어지는 영변의 시설 두곳을 사찰해야만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북한이 언제부터 얼마만큼 플루토늄을 추출해냈는지를 가려낼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IAEA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북한으로부터 장갑 한벌을 받았으나 크기와 색깔,재료가 서로 다른 짝이다』라고 비유했다.
북한의 최학근 원자력 공업부장은 이사회 개막에 앞서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과 만나 이 부분을 해명하려고 노력했으나 IAEA를 납득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IAEA 이사회의 목적은 블릭스 총장의 특별사찰 결정에 대한 이사국들의 지지를 얻어 북한의 사찰수락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사찰촉구 결의안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 기구가 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실질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사무총장은 유엔안보리에 북한문제를 보고할 수 있으나 이는 중재절차까지 실패한 후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것으로 현 시점에서 당장 조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IAEA는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북한도 머지않아 사찰을 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금은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명분을 찾아 「핵카드」로 기대할 수 있는 전술적 우위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빈=한기봉특파원>빈=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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