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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사원장 내정자/대쪽 성품… 「소신판사」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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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사원장 내정자/대쪽 성품… 「소신판사」 대명사

입력
1993.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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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동의남아 포부 말할 수 없다”새 정부의 감사원장 내정자 이회창대법관은 22일 상오 대법원 3층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났으나 『앞으로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가 남아있어 아직 소감이나 포부를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예의 원칙주의자다운 면모를 흩뜨리지 않았다.

그는 또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맡겠다고 내락은 했다』는 말로 새 정부측의 사전의 타진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으나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직접 새 정부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도의상 밝힐 수 없다』고 함구했다.

법관으로 보여준 대쪽같은 성품과 청결함을 높이 평가받아 요직에 발탁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청렴하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감사원장으로 내정된 이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계속 겸손해한 이 감사원장 내정자는 『감사원 운영 포부 등은 다음 기회에 밝히도록 하겠다』며 더 이상의 질문공세를 한사코 사양했다.

「소수의견 판사」 「소신판사」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 감사원장 내정자는 정연한 법이론,날카로운 판단력,강직한 성품 등으로 법조계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

『정의의 소리,약자의 소리를 경청해야 신뢰가 회복된다』는 소신을 판결로써 말해온 그이기에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의지가 요구되는 문민정부의 감사원장으로 적임자라는 평이다.

이 대법관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총리나 감사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마다 대법관 임기를 1년6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다른 공직에로의 진출이 벼슬에 연연해하는 모습으로 비쳐질까봐 고사의 뜻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김 차기 대통령이 직접 그를 만나 부정부패 척결의지와 감사원 위상강화를 약속하며 감사원장 수락을 요청,고민끝에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법대 재학중 사법고시 8회에 합격,81년 4월 고법 부장판사에서 일약 사법부의 성좌인 대법원 판사(현 대법관)에 오른 그는 시국사건 등에서 과감한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위헌론과 『기본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합헌론이 팽팽히 맞섰던 소위 「박세경변호사 게엄법 위반사건」에서 『비상계엄하가 아닌 상태에서 민간인을 군법회의가 재판한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라며 낸 소수의견은 두고 두고 소신판결의 압권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또 83년 6월 외신기자들에게 정부기관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던 당시 EYC 상임총무 김철기씨의 국가모독죄 사건 전원 합의체 판결에서도 『국가모독죄의 규제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비판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무죄취지의 소견견해를 폈었다.

이같은 판결이 겹쳐 지난 86년 4월 대법원 개편때 재임용에서 탈락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지만 2년여의 변호사 생활끝에 88년 이일규 대법원장 체제에서 다시 대법관에 기용됐다.

헌정 40년의 해묵은 숙제를 안고 지난 88년 7월 중앙선관위원장직을 맡았던 그는 89년 동해시 영등포을구 재선거가 부정시비로 얼룩지자 재임 1년3개월만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임하는 강직함을 보였다.

당시 그의 사임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의 표시이자 뼈아픈 자성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었다.

조용한 목소리에 다소 차가운 인상을 주는 얼굴이지만 한시도 흐트러짐이 없는 몸가짐으로 법관의 전형으로 통하는 그는 후배 법관들에게 『법관을 오욕과 회한의 자리로 만드느냐,영예와 존경의 자리로 만드느냐는 법관 스스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형식논리에 얽매여 악법에 굴종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관념과 법정신을 살려 판결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불법 장기구금후의 자백은 임의성이 없어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등의 피의자 인권보호 측면을 강조한 명판결로 이어지기도 했다.

바람을 타는 총리보다는 시류에 덜 예민한 감사원장을 원했을 것이라는 후배 법관들의 인사평은 그가 공직자 사정의 중책을 맡아 수행할 역할의 향배를 가늠케 해준다.

대검 검사를 지낸 이홍규변호사가 부친이며 장인은 대법원 판사를 지낸 한성수씨이고 최명석검사를 사위로 둔 법조인 가족이다.

천주교 신자로 테니스와 사진촬영이 취미. 부인 한인옥여사(55)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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