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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권력기반 급속 약화/경제난·보수파 파상공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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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권력기반 급속 약화/경제난·보수파 파상공세로

입력
1993.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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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통제력마저 흔들/서방언론 “결국 축출될 것” 예견도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기반이 루슬란 하스블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을 정점으로 한 보수세력이 파상공세에 밀려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계속된 양측의 권력분점 협상은 하스불라토프 의장측의 대통령권한 축소요구를 옐친 대통령이 하스블라토프의 의회 퇴진요구로 반격하고 나서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권력투쟁이 가속화되면서 상황은 옐친 대통령에게 불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옐친은 자신을 지지해온 의회내 중도파의 힘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상당수의 지방출신 최고회의 대의원으로부터 반발을 사는가 하면 중앙정부와 지방간에 부의 분배를 둘러싼 갈등까지 겹쳐 곤경을 겪고 있다.

권력투쟁을 통한 중앙정부의 지도력 약화현상은 지난 17일 시베리아지역의 주정부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베리아협정」 회의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시베리아 주정부들은 천연자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관할권 행사에 반발,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면서 중앙정부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바실리 바르추크 재무장관은 『구 소련 몰락의 전철을 되밟거나 유고슬라비아의 비극을 이 땅에 재현해선 안된다』며 신중한 대응을 호소했을 정도로 이들의 의지가 결연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약화되자 서방의 관측통들중에는 심지어 옐친이 결국 축출될 것이라는 예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하스블라토프 의장의 지위는 점차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하스블라토프는 권력분점 문제를 타결짓기 위해 옐친이 4월에 실시하자고 제의한 국민투표에 반대해왔는데 많은 최고회의 대의원들의 「반대서명」도 줄을 잇고 있다.

하스블라토프는 이같은 지지를 등에 업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부터 반옐친 투쟁을 전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스블라토프는 전 공산당 간부들이 주도하고 있는 지방의회를 부추겨 옐친 대통령이 임명한 지방행정부의 실책을 공격함으로써 옐친의 영향력에 일대 타격을 가할 속셈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대표적 중공업지역인 첼리야빈스크주의 전 공산당지역 책임자였던 표트르 주지사 불신임 투표를 실시키로 결정,옐친 대통령이 임명한 바딤 솔로비예프 주지사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주최고회의측은 『중앙정부의 단기적 개혁방안으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없다』면서 『이제 중앙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 인민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즉 지방관료 임면권,예산편성권 등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게 된 지방최고회의는 이제 더이상 지난 70년간의 공산정권 치하에서와 같은 「허수아비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하고 있다.

조만간 실시될 첼리야빈스크주의 주지사 불신임 투표는 그동안 팽팽히 맞서온 옐친과 하스블라토프간 권력투쟁의 균형이 무너지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제난 악화 등의 책임을 물어 주지사 해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스블라토프측은 첼리야빈스크주를 지방무대에서의 옐친측 패배의 선례로 삼아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지방정부의 반발을 기반으로 반옐친 투쟁을 강화해 나갈 것임이 자명하다.

권력투쟁의 핵심인 권력분점의 문제는 러시아 헌법조항을 둘러싼 해석과 협상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스블라토프측은 최고회의가 국가 최고 입법기관인 동시에 최고의 통치기관임을 규정한 헌법 1백4조와 입법·사법·행정 등 3권의 분립을 명문화한 조항 등을 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고 옐친측은 『현재의 최고회의는 구 소련붕괴로 인해 이미 효용성을 잃은 구질서에서 선출된 기관』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옐친과 하스블라토프의 권력투쟁은 결국 「먹느냐 먹히느냐」의 생존논리로 귀결되는 셈이다.

옐친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무기라 할 수 있는 「인민들의 지지」가 경제난 가중으로 약화되면서 대세를 뒤집기 위한 「힘모으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전망이다.

옐친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은 옐친이 마지막에는 헌정중단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난다.

옐친은 지난해 12월 현정을 중단,대통령령을 선포함으로써 난국을 타개하자는 급진파의 제의를 일단 거부한바 있다. 최근의 상황전개는 이같은 급진파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옐친으로 하여금 헌정중단 선언의 결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옐친과 하스블라토프간의 첨예한 대결은 끝끝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또다시 러시아연방 와해의 위기로까지 파급될 우려도 있다.

모스크바의 권력투쟁의 와중에서 심화되고 있는 지방의 권력투쟁과 지방과 중앙정부간의 갈등이 증폭돼 지금도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노브시비르스크(러시아) 로이터 연합="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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