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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실직증후군」/감원여파/대기업 간부출신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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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실직증후군」/감원여파/대기업 간부출신 많아

입력
199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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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감… 우울·불면증호소/병원마다 하루 5∼10명꼴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감원바람이 거세지면서 최근 「실직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40∼50대의 기업임원이나 금융기관간부 출신들로 종합병원 신경정신과를 찾아 우울증과 무력감,노이로제 등을 호소하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불구,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감원바람으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실직을 눈앞에둔 간부급 중·장년 남성들이 사회적 도태감과 경제적 불안,자신감 상실 등 심한 심리적 좌절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정신과에서 일반환자로 치료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병원마다 매달 5∼10명씩 찾아와 「실직증후군」 또는 「은퇴증후군」 환자로 분류될 만큼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실직증후군 환자들은 주로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이나 은행에 재직했던 사람들이다. 오랜 기간 승진과 실적경쟁에 시달린 만큼 실직에 대한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그룹에서 이사로 재직중 지난해 권고퇴직한 P씨는 실직의 좌절에서 벗어나 새 사업을 준비했으나 오랜만에 골프장에서 만난 친구로부터 『일을 그만두더니 힘이 빠진것 같다』는 말을 들은뒤부터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단순한 몸살과 피로에도 노이로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P씨는 의사로부터 만성신경성 소화불량과 「건강염려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재벌그룹 입사후 승진가도를 달려온 C모씨는 주력업체 이사에서 소규모 계열사로 좌천된 뒤 복귀발령이 나지않자 2년전 회사를 그만두었다. C씨는 회사에 대한 적대감과 함께 실직자라는 수치심으로 동창회 등 각종 사회모임은 물론 가족들과도 대화를 기피하게 돼 결국 병원을 찾게 되었다.

지난해 시중은행 본점 부장에서 물러난 K씨는 퇴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서울 모 병원 신경정신과에서 1년 넘게 치료를 받고 있다. 20년 이상 은행에 근무했던 K씨는 지점장 재직시 수신실적이 높아 이사승진을 기대했지만 승진이 좌절된 뒤 때마침 불어온 감원바람에 밀려 결국 자원퇴직했다. 생계에 지장은 없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불안감에 우울·불면증까지 겹쳐 날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업들이 사무자동화 등을 통한 인력축소 경영을 지향하고 있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실직증후군은 새로운 사회병리현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현상이 고령화 사회에서 비롯된 것인 것인 만큼 ▲정년의 연장 및 폐기 ▲기업의 퇴직예고제도 실시 ▲퇴직자의 재취업기회 보장 등 사회제도적 변화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자 자신들도 이 증후군에서 벗어나기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촌세브란스 신경정신과 이호영박사는 『실직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선 현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과거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재취업의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퇴직후를 대비해 평소에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취미활동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백인 이상 고용대기업의 총감원 규모는 약 6만여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인건비지출이 큰 부장급이상 간부층이었다. 올해에도 감원바람은 더욱 거셀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IBM은 최근 법정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1백명 가량의 감원을 추진중이며 국내 재벌기업중 상당수가 임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퇴직을 권고하고 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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