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학·최태섭씨등 재벌만 11명/“동향민 도와주자” 동화은 설립도이북출신 인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지만 경제계 만큼 그 활약상이 두드러진 분야도 드물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군을 거느린 재벌총수에서부터 남대문시장의 상인들까지 이북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50대 그룹중 11개 그룹의 주인이 이북출신이라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광복과 전쟁의 와중에서 대부분 맨손으로 고향을 떠나온 북한출신 인사들이 갖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이처럼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끈기와 성실성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실향민으로서의 서러움이 오히려 이들에게 강인한 생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광복전부터 일찍이 사업에 눈을 떠 수완을 발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제때 남쪽보다 발달한 북쪽의 상공업과 만주를 넘나들며 보따리 장사를 하던 선대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사업에 대한 시야를 넓혀 주었다는 해석이다.
이북출신 기업들은 기업을 꾸려오는 과정에서 어려움이,컸던 만큼 강한 결집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지난 89년 9월 영업을 시작한 동화은행은 이들의 일체감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실향민의 구심체 역할을 할 목적으로 설립된 동화은행은 이북에 고향을 둔 1백20여만평이 주주로 참여했다.
○재계 모임참여 조언도
○…창업 1세대로 재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이미 타계하거나 일선에서 은퇴한 기업인으로는 진로 창업자인 장학엽씨(평남·장진호 현 회장의 선친),대한전선의 설경동씨(함북),대한중기 김연규씨(함남),신동아그룹 최성모씨(황해·최순영 현 회장의 선친),동양그룹 이양구씨(함남·현재현 현 회장의 장인·이상 작고)와 화신백화점 창업자인 박흥식씨(91·평남) 등이 있다.
한국유리의 최태섭 명예회장(83·평북),강원산업의 정연욱 명예회장(81·황해도),현대그룹 정주영 전 명예회장(78·강원),대농그룹의 박용학 명예회장(78·강원),삼천리그룹의 유성연회장(79·함남)과 이장균회장(73· 〃 ),태평양화학의 서성환회장(70·황해도),영풍그룹의 장병희회장(84·황해도),동양화학그룹의 이회림회장(77·경기),한국제지의 단사천회장(79·황해도) 등도 북한출신으로 기업경영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회사경영을 진두 진휘하거나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다 하더라도 크고 작은 재계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발전에 나름대로 도움이 되고 있다.
또 고합그룹 장치혁회장(61·평남)과 라이프그룹 조내벽(56·황해도) 등은 왕성한 현역활동으로 북한출신 선배기업인들의 뒤를 잇고 있다.
○「개성상인」 후예들 맹위
○…출신지역별로 보면 월남 인구가 많은 평남 황해 함남출신이 많으며 평북 함북출신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강원·경기지역 출신은 수적으로는 적지만 굵직한 기업들을 가지고 있다. 특징 적은 월남 인구가 1백20만명이나 되는 평남 출신중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사장이 많다는 점이다.
평남 출신으로는 박흥식 장학엽씨 외에 일신방직의 김영호씨,(주)진도의 김영원씨,영창악기의 김재섭씨,엘칸토의 김용운씨,한국베링거인겔하임(주)의 한광호씨 등이 있고,황해도 출신으로는 서성환 장병희 조내벽씨외에 인켈의 조동식씨,정식품의 정재원씨,영화배우 출신으로 한주흥산(명보극장) 대표인 신영균씨(예총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함남 출신은 유성연 이장균 이양구씨와 동양정밀의 박율선씨,매일유업의 김복용,한국수출포장의 허석락씨,오양수산의 김성수씨 등이 있다. 타워호텔 대표 남충우씨,한독기계 한용섭씨도 함남 출신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인이다.
또 평북 출신으로는 최태보씨와 통일그룹의 문선명씨,남양유업 홍두영씨,한독약품 김신권씨,한국강관 김성훈씨,고려인삼 박영화씨 등이 있고 윤관씨(범아그룹),김연준씨(한양대 이사장),이남규씨(단성사),유일씨(대한여행사 대표) 등은 대표적인 함북 출신 기업인이다.
이밖에 강원·경기 북부지역 출신으로는 정주영씨의 동생인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정순영 성우그룹 회장(이상 강원 통천),후지카공업 김장기씨(강원 이천),삼양식품의 전중윤씨(김화) 등이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꼽히고 있고 임광정씨(한국화장품),신도리코 우상기씨(신도리코)등은 「개성상인」의 후예들이다.<김상철기자>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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