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불구 악덕브로커 폐해등 여전/“친소가 판결 좌우” 지적도사회정의의 최후 보류인 법조계 주변에도 비리와 부조리는 적지 않다. 지난해 4월에는 대한변협이 재판을 둘러싼 각종 비리를 자체 조사해 공개한 적도 있었다. 그후 한동안 변호사회를 중심으로 자정운동이 벌어졌으나 사건의뢰인들은 아직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변호사와 판사간의 뒷거래로 재판결과가 뒤바뀌고 법조주변에서 악질 사건브로커들이 활동하는 것도 여전하다고 말한다. 다소 개선된 것으로 알려진 교정행정분야도 일부 고질적인 비리·부조리는 남아 있다는게 최근 출소자들의 얘기다.
변호사와 판사간의 뒷거래야말로 법조부조리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판·검사가 변호사 개업후 1년안에 10억원 이상 벌지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이를 간접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대한변협이 공개한 법원부조리 사례 보고서는 법원주변 부조리를 낱낱이 적시하고 있다. 재조 판사가 판·검사출신 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을 성공시켜주는 전관예우의 페해와 변호사와 판사의 친소관계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또 보석결정을 받거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거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려면 법정 밖에서 판사를 3∼4차례씩 만나 청탁을 하지 않고서는 안된다는게 상식이 돼있다고 꼬집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변호사 2백88명이 꼽은 판사의 재판운영상의 개선점은 법원 부조리의 유형을 대변하고 있다. 응답한 변호사들이 지적한 내용은 ▲당사자 변호인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재판이 불공정하게 행해진다(1백58명) ▲당사자의 주장·변론을 경청하지 않는다(45명) 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시 변협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공개하면서 판사의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변협이 자체적으로 부조리 사례를 종합,해당법원장을 통해 당사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을 제도화하며 판사·변호사의 비공식 접촉을 금하고 변론은 법정에서나 서면으로만 진행하자는 개선안까지 제시했었다.
변호사사회에서 수임료를 둘러싼 부조리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한변협이 지난 83년 마련한 변호사 보수기준에는 형사사건의 경우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은 각각 5백만원 이하,민사사건의 경우 성공보수는 이익가액의 10% 이하로 각각 정해져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 수임과정에서 그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90년 7월 부동산투기 사범으로 딸과 함께 구속된 병원장 M씨의 경우 부장판사 출신 Y변호사 등 2명의 변호인을 선임하면서 수임료로 1억원을 제공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사건 의뢰인들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길 때 지불하는 착수금은 재판결과에 관계없이 변호사 몫이다. 그러다보니 수임료가 적은 사건은 소송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어 의뢰인들로부터 불신과 의혹을 사게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10년째 개업중인 K변호사는 『변호사들이 그동안 과다한 수임료와 소송결과에 대한 약속위반 등으로 자주 의뢰인들의 불신을 받아온게 사실』이라며 『수임료 규정이 엄격히 지켜지면 신뢰도 얻고 사건브로커도 추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부조리중 또 다른 유형은 이른바 사건브로커들의 농간. 사건브로커들은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또는 직원,법무사 사무실 직원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사건을 변호사들에게 물어다 주고 수임료의 20∼30%를 알선비로 챙긴다.
그동안 간헐적인 단속과 자체 정화활동 등으로 악덕브로커는 상당히 줄었다고 하지만 「악어와 악어새」로 비유되는 변호사와 브로커의 관계는 더욱 은밀히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고령의 K모변호사는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유치했다가 서울지방 변호사회 자체 감사에서 적발돼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변호사들은 사건유치능력이 뛰어난 사무장을 「왕사무장」이라 부르는데 거물급은 변호사를 사실상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사법연수원 수료후 2년전 개업한 H변호사는 『최근 변호사수가 크게 늘어 사건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로커들의 횡포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돈을 쓰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사건관계자를 속여 돈만 챙겨 달아나는 악질브로커가 있는가 하면 일부 법원·검찰 직원들이 사건을 특정변호사에게 소개해주고 「복비」를 받는 유형도 있다.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교도관들의 재소자들을 상대로 한 갖가지 비리도 아직껏 남아있다는게 최근 출소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출소자들은 『아직도 돈만 있으면 철장속에서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재소자에게 담배 20갑을 제공하고 가족들로부터 1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9일 대구지검에 구속된 대구교도소 보안과 문창식교도사건은 교도소 부조리가 엄존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최근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출소한 P씨는 『아직도 교도관들이 돈을 받고 규정에 금지된 편의를 재소자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잦다』면서 『재소자 가족들로부터 20만∼50만원씩 받고 연락을 취해주는 「비둘기 띄우기」도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매를 둘러싼 부조리도 꽤 뿌리가 깊다. 브로커들이 담합,외부인의 참여를 방해하고 경매가를 떨어뜨려 경매물건을 독차지하는 것이다. 경매물건이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되면 브로커들은 폭럭배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종종 법원 직원들이 경매전에 브로커들에게 사례비를 받고 정보를 알려준다는 소문도 있다.
이같은 여러 유형의 법조부조리는 다른 부문의 부조리보다 척결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는 법집행자들의 단호하고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일소되기 어렵다. 친분관계와 정실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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