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시대 「대화·타협」 필요/진정한 양당관계 정립과제국민당이 20일 소속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인해 국회 원내 교섭단체 자격을 잃게 됨에 따라 14대 총선이후 11개월여간 지속돼온 3당 구도의 정국은 다시 민자 민주의 양당구도로 돌아갔다.
이에따라 민자 민주당은 일단 양당구도의 회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여야관계의 재정립 등 14대 국회의 정국운영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물론 당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부터 소속의원들이 국회에서는 무소속 의원의 대우를 받게 되는 점이 상징하듯 정치적으로 국민당은 사실상 파산한 것과 같다. 향후 정국도 민자 민주 양당 주도하에 운영될 것이고 국민당은 이에 더이상 「협상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1년전 신당바람을 타고 국민당이 등장한 것이나 이날 국민당이 「무소속」으로 전락한 것이나 모두 정주영 전 대표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양당구도를 선호하는 국민의 정치의식이 깔려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지역감정 등의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42.0%,김대중씨가 33.9%의 득표를 한 반면 정 전 대표는 16.3%에 그침으로써 이미 양당구도로의 회귀를 예고했다.
80년 신군부세력은 인위적으로 민정 민한 국민 등 3당 구도를 만들어내 다당제 체제의 정착을 시도해보았지만 우리 국민은 2·12 총선을 통해 양당구도로 되돌려 놓았다. 또 88년 13대 총선에서 탄생한 4당 구도도 비록 경우는 다르지만 3당 통합으로 결국 양당구도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의 양당구도 선호현상은 그 뿌리가 정상적인 정치행태에 있다는 점에서 30년만에 문민정부가 출발하는 때 등장한 양당구도의 장래에 대해 우려하는 정치권의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양당구도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가 정착한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는 「민주화세력」과 「개발세력」의 갈등속에서 양당구도가 태어났다.
짧은 헌정사이지만 정권교체의 경험이 없는 양당구도였고 따라서 이름만 양당구도였을 뿐 실제로는 항상 거여소야의 「1·5 정당구도」였던 측면이 강하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선명성과 투쟁이 중요시돼온 왜곡된 양당구도의 관행은 상당부분 남아있는게 사실이어서 문민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여야관계의 정립을 위해 민자 민주당 모두 고심하고 있다.
민자당은 기본적으로 국민당의 와해를 민의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국민당 탈당의원들의 영입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차기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양당구도를 선호하고 있고 또 국민당을 「재벌정당」으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꾀하려 한다는 인상을 가급적 피하려는 것 같다.
민자당은 새 정부가 추진하게 될 개혁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안정의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으나 이미 산술적으로 의석 과반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당 탈당의원들을 「선별입당」토록 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당관계자는 정 전 대표의 측근으로 간주되는 의원들이나 현 지구당 위원장과 문제가 야기되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전과기록」을 가진 사람들을 빼고 받아들이더라도 정기국회의 시점까지는 1백8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국민당의 붕괴를 여권의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판단,이에 따른 거여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당 탈당의원들의 영입을 추진하다는 방침이지만 탈당의원들의 대부분이 여성이 강해 결과를 거대한 여당의 출현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정계개편에 돌입한 중대한 시점에서 민주당은 지도체제 개편을 위한 전당대회를 맞게됨으로써 당의 응집력을 발휘할 수 없게 돼 「강야」로 등장할 가능성이 적은게 사실이다.
이와함께 국민당 탈당의원들이 원내 교섭단체의 구성을 통해 양당구도의 틈바구니속에서 입지확보를 꾀하려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가능하다해도 양당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 같다.
결국 거여소야의 양당구도는 민자 민주당의 성숙한 정국운영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대 반민주」의 논리가 인정받지 못하는 문민시대를 맞아 과거의 비타협적 여야관계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정치불신을 키우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등장하는 양당구도는 정치적으로는 과거의 양당구도와는 다른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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