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일류대학들의 본고사 부활에 대한 기본인식과 출제방향을 설정하는 자세를 보면서,우리는 또다시 실망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대학별 본고사를 쳐서 대학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가 13년만에 주어지자 일류대와 중상위권의 38개 대학들은 서로 눈치만 봤었다. 그러다가 서울대가 국·영·수 등 4과목을 본고사 과목으로 선정한후 대학들은 앞다퉈 서울대를 모방해 국·영·수 위주의 본고사 과목을 정했었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선도하기는 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행태를 보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엊그제 대교협 주최의 「본고사실시 세미나」에서 표명된 출제형식과 내용에 대한 서울대 등 명문대학들의 기본자세 또한 대학의 선발편의와 그 하찮은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발상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균질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본고사이니 만큼 높은 난이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백충현 서울대 교무처장의 말은 본고사를 「어렵게 출제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다시 말해서 수학능력시험 성적이나 내신성적으로는 선발에 어려움이 많으니 본고사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 「손쉽게 선별해야겠다」는 말과 다를게 없다.
본고사에 대한 이같은 인식과 발상은 대학 편의주의의 발로일뿐,어려운 출제가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결국 고교의 우수집단에게 마저 과외를 부추긴다는 부작용과 역기능은 「대학이 알바아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를 우리는 묻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본고사의 출제형식이 주관식일 수 밖에 없고 교과서의 기본 원리와 공식을 원용한다면 교과서밖 출제 또한 불가피할 것이라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출제내용은 지원하는 집단의 수준에 맞아야 한다. 영어의 경우 수학능력시험에서 평가하게 되는 독해력 중심과 듣기식 출제와는 중복을 피하는 것이 본고사 부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우리는 본다.
그렇지않고 본고사 문제를 어렵고 까다롭게만 출제한다면 그것은 변별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렇게 되면 대학의 편의밖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세칭 일류대학들의 출제 관계자들은 이런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만에 하나라도 전국 고교 졸업자의 2∼3%권내에 드는 우수집단이 응시하는 서울대와 상위권 대학들의 출제가 이들 수험생들에게마저 「어렵다」고 하는 문제로 이뤄진다면 이 나라 고교교육은 지금과 같은 정상교육마저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은 뻔하다. 까다로운 문제풀이 위주의 입시학원이 되고 말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다 싶으면 함정문제풀이 기술자들이 하는 고액과외에 우수집단마저 몰리게 되는 현상을 새롭게 부추길 것은 자명하다.
입시에서의 변별력은 합격선 근방에서 선별이 가능하면 충분한 것이다.
대학의 입시 관계자들은 비록 선별에 어려움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출제만은 고교교육 수준을 감안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쪽으로 선도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본고사 출제방향을 새로이 정해줬으면 한다.
부활되는 본고사에서는 어려운 출제가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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