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돈 노린 식당동료에 “참변”/“고국인심 너무합니다”90년 12월 돈을 벌어보겠다고 한국에 왔던 중국 동포 김옥자씨(42·여)가 한국 체류 2년남짓한 지난달 24일 악착같이 일하던 식당에서 돈때문에 살해됐다. 불법체류자였던 김씨의 시신은 행려병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서울 동부시립병원에 안치됐다.
김씨의 수첩에서 중국 연락처를 찾아낸 경찰의 국제전화로 아내의 죽음을 안 흑룡강성 하얼빈시의 남편 김헌영씨(46·농업)와 성철씨(21) 현철군(19) 삼부자는 중국에서 한국에 오기가 힘든것으 한없이 원망하며 눈이 퉁퉁 부은채 지난 13일 인천항에 도착했다.
한국이 서투르고 아내의 불법체류 사실도 꺼림칙해 16일에야 병원을 찾아간 김씨 부자는 24일동안이나 냉동보관돼온 시신을 보고 통곡했다.
김옥자씨가 살해된 날은 설날연휴 마지막 날로 가족들이 『이제 6개월만 기다리면 어머니가 돌아온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이날 새벽 김씨는 서울 종로구 원남동 모음식점의 주방에 딸린 골방에서 살해당했다. 범인은 한때 이곳에서 함께 일했던 조용씨(23). 돈이 필요했던 조씨는 김씨가 돈을 많이 모아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돈을 뺏으려 방으로 들어갔다가 김씨가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주방에 있던 조리용 칼로 난자했다.
당시 김씨의 지갑속에 들어있었던 것은 1천원짜리 지폐 3장뿐이었고 그동안 모은 7백47만원은 주방장 강모씨의 이름으로 우체국에 예금돼 있었다.
2백여호가 사는 하얼빈시 도리구 군력향의 우의촌에서 손바닥만한 밭뙈기밖에 없어 돼지 몇마리 키우며 살던 김씨는 수소문끝에 외사촌언니의 남편 김모씨의 초청으로 모국을 찾는데 성공했다. 김씨의 아버지 고향은 경남 거창이었다.
2개월의 체류기간을 넘기고도 김씨는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워낙 성실해 처음 50만원이었던 월급이 70만원으로 뛰었다. 김씨는 1천만원만 모으면 중국으로 돌아가 집을 고치고 식당도 열어 돈이 없어 소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두 아들과 남편의 생활터전을 만들어 주려했다.
김씨는 자신을 위해선 한푼도 아까워하면서 두차례나 남편과 두 아들의 겨울점퍼 속옷 양말 등을 사서 부쳤다. 유품도 돌아가면 새로 단장할 집에 쓸 커튼 침대보 뿐이었다.
김씨가 보내온 옷을 입고 이웃들이 마련해준 여비로 김씨의 죽음때문에 모국을 찾아 서울역근처 여인숙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 부자는 요즘 병원,동대문경찰서,일하던 식당 등을 찾아다니며 아내의 행적을 일기쓰듯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김씨의 죽음이 너무나도 한스럽고 원통해 범인의 재판이 끝나기전에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말한다. 병원의 시신보관료도 이들이 부담을 해야한다.
한국의 인심이 사납고 서울이 사람 살곳이 못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들에게 서울은 소문이상으로 비정하고 냉혹한 도시였다. 김씨 부자는 『돈 때문에 사람을 그렇게 무참하게 죽일 수 있습니까』라고 묻고있다.<이대현기자>이대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