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책팀서 준비작업 돌입” 루머/증시 큰손들 벌써 속속 이탈/무기명 채권·부동산에 몰려「금융실명제 신드롬」이 다시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차기정부의 개혁정책을 진두지휘할 청와대 비서진의 발표를 계기로 「금융실명제 3월 전격 실시설」이 제법 설득력있게 유포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뚜렷한 악재가 없는데도 「큰손」들이 증시 주변에서 이탈하면서 주식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고객예탁금과 주식거래 규모도 대폭 줄어들면서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어도 세금없이 증여나 상속이 가능한 국토개발채 도시철도채 지역개발채 등 무기명 장기저리채권에 시중자금이 물리고 있다. 20년만기 국토개발채 2종의 경우 액면가 1만원짜리의 시세가 최고 3천3백62원으로 연말에 비해 3백12원이나 올랐다. 부동산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상가와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딱지) 등의 거래가 부쩍 늘고 있다.
○…증권투자가들을 긴장케 하고 있는 금융실명제 조기 실시설의 내용은 이렇다. 「전두환 노태우 등 두명의 전임대통령이 실패한 경제개혁을 김영삼 차기 대통령은 꼭 실천하고 말 것이다. 실명제를 실시하려 할 경우 실시시기는 집권초기가 적기다. 김 차기 대통령의 측근인 전병민 차기 청와대 정책수석이 집권초기의 개혁정책 스케줄을 만들어 재가를 받았는데 청와대 비서진이 이미 실명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같은 루머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의 경제팀과 차기 청와대 비서진이 금융실명제 관련자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명제 신드롬이 증폭되고 있다. 경제기획원 재무부 등 경제부처 실무자들도 『금융실명제는 경제정책 차원을 넘어 이제는 정치사회적 현안이 되어버렸다』며 『전격적으로 전면 실시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게 두번의 실패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거나 실시시기를 예고해놓고 시행하려 하다가는 경제교란에 따른 부작용으로 또다시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집권초기 전격 실시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실명제 조기 실시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사채시장 등 지하경제가 이미 구조화되어 버린 우리나라에서 금융실명제는 경제개혁이 아니라 사실상의 경제혁명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5공 6공 모두 실패했고 일본의 자민당도 실시하려다 중도포기한 것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 정책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증시폭락 ▲부동산 골동품 등 실물투기 ▲시중실세금리 상승 ▲자금해외도피 ▲투자의욕 침체 등을 들 수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실명제가 실시되면 약 1년동안 증시가 제 구실을 못하고 휘청거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집권초기에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경우 다른 개혁정책 추진은 엄두도 못내고 실명제 뒤치다꺼리로 귀중한 시간을 소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재윤 차기 청와대 경제수석이 단계적 실시론을 주장했던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문제는 금융실명제가 경제민주화실천의 불가피한 조치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금융실명제 논란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엄청나게 치렀다. 배무기 서울대 교수는 『차기정부는 금융실명제 실시와 관련한 입장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일정을 제시,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실명제 논란
●민자당 입장
14대 대선에서 조기 실시 공약
구체적 실시시기는 불표명
●차기 청와대 비서진 입장
정책수석:전격적 조기실시(설)
경제수석:단계적 실시론
●국민여론
조기실시 우세(개혁의 핵심)
●조기 실시론 배경
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개혁이미지 제고
부패척결의지 실천
●단계적 실시론 배경
경제적 충격이 너무 커 집권초기의 경제활성화에 장애
●실시효과
지하경제 척결·세수증대 비자금거래 등 뇌물수수 예방
●부작용
증시폭락·금융시장 교란
부동산 투기심화·자금해외도피·물가상승
●재계반응
전경련 상의 등 원칙적 찬성
●정치권 반응
명분에는 찬성,내심은 반대
●과거경험
5공 6공 모두 실시를 공식발표했으나 부작용 커 백지화
●외국사례
미국 등 서양선진국은 실명제 정착,일본 등 동양은 미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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