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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외교 표류/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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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외교 표류/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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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의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우리나라 통상외교는 속수무책으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관세부과를 막으려고 미국과 덤핑조사 중지협정(SA)을 맺으려던 시도가 지난 17일 무산된 것은 「적당히 되겠지」하는 식의 안이한 통상자세가 빚은 불상사나 다름없다.

이번 교섭에서 우리 정부는 현재 9%인 반도체 수입관세를 아예 폐지하는 등 국내 반도체시장을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파격적인 협상카드를 제시했으나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날 교섭이 결렬된 직후 당국은 『이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끝났다』며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았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리쪽은 최선을 다했는데 보호주의 공세에 몰두한 미국이 너무 지나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얘기인가.

정부내 또다른 통상부처 관계자들은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에 제시한 협상카드를 지난해 연말에만 확정,교섭을 서둘렀어도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에 대한 덤핑예비판정이 내려진 시점이 지난해 10월말이고 클린턴 행정부 출범이 1월 하순. 따라서 관계부처가 1월 중순께까지만 대응방안을 확정했더라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지난 연말 대통령선거의 와중에서 관계부처는 『양국의 정권교체 시기가 겹친 판에 우리만 애쓴들 무슨 소용이냐』고 대응방안 협의를 마냥 미뤄왔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인 수출부진속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멕시코 인도 등 개도국으로부터 조차 무역규제를 받는 등 국제무역 무대에서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문책도 없는 통상외교 채널만을 믿고 국제무역전쟁터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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