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실상 심층추적/검역·통관과정 급행료 악습/밀수도 묵인… 품목따라 단가 정해져선진국의 기술장벽,후진국의 저임금 등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수출업체에 통관 검역과정은 또다른 고통과 출혈을 강요한다.
수입개방 확대로 부조리의 소지가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수출입의 검역 검사 통관 관세 환급과정에서 급행료 통과료 등을 내야 업무회전이 이뤄지는 악습은 여전하다.
특히 관세법령의 모호성으로 해석범위가 넓거나 처리에 화급을 요하는 수출입 물품은 거액의 사례비가 오가지 않으면 처리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지거나 통관 부적합 조치가 내려져 수출입 업자들이 골탕을 먹게 된다.
농수산물이나 공산품 수입의 1차 관문인 검역소나 검사소를 거치려면 수입품목과 양에 따라 천차만별의 통과료가 따라 붙는다.
검역소의 경우 수입이 빈번해 관능검사만으로 수입적합 판정이 내려질때라도 규정 처리기간인 10일이내에 처리되기란 극히 어렵고 대부분 결재지연·수입물량 폭주 등 온갖 핑계로 보름에서 20일까지 걸리기 일쑤다.
20만원 안팎의 급행료가 지불되면 접수순위가 뒤바뀌거나 고의지연이 없어져 닷새 전후에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물품처리기일에 쫓기는 수입업자들은 봉투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수입전례가 없는 물품이나 정밀검사를 위한 표본추출 방법에 따라 적합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물품,또는 적기출하해야 경제성이 있는 각종 농수산물 등은 1백만∼수백만원까지의 뇌물을 주어야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소도 이와 다르지 않아 건당 10만원 안팎의 통과료가 든다는 것이다.
수입가 1천달러 미만짜리도 취급하는 영세수입업자들에게는 이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수출용 원자재의 경우는 관세환급 과정에서 해당 검사 공무원과 수출업자간에 금품이 오간다.
수출용 원자재는 수출용으로 사용치 않고 내수용으로 돌릴 경우 수입가의 수십배까지 차익이 생기기 때문에 양자간에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생관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검사직원이 수율검사와 소요량 증명서를 발급하기 위해 수입업체를 찾는 경우 정규 출장비 이외에 수량·품목에 따라 최하 5만원 이상의 사례비를 주는 것이 관례로 돼있다는 것이다.
검사소나 검역소에 할퀴로 뜯긴 무역업체에 세관의 통관은 넘어야할 또다른 산맥이다.
세관의 통관절차는 대개 관세사들이 대행하게 마련인데 수입면장 발급때 건당 5만∼10만원의 통관세가 붙는다.
관세사 등 통관 대행자들은 이를 운수회사 하역비 등에 포함해 화주에게 청구하지만 화주는 아무런 수입물품상의 하자가 없더라도 거절할 수가 없다.
또 원산지표시 증명확인도 관세법령의 모호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세관원들의 막강한 무기가 되고 있다.
세관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밀수묵인에 이르러 극에 달한다. 지난 3일 하오 11시50분께는 부산항 4부두 초소장 등 부산세관 육상감시관실 공무원 3명과 청경 5명이 흥아해운 소속 대일화물선 비너스호(2천톤급 선장 김상찬·58) 선원들로부터 밀수참깨 1.8톤을 ㎏당 6백원씩 받고 부두정문 빗장을 열어주는 등 밀반출을 눈감아 주려다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세관 공무원들의 밀수묵인은 밀수품목에 따라 단가가 정해져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가경제 보호를 위한 근절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운항만청의 업무는 통관·검역과는 달리 업체와 장기적인 유대를 맺고 은밀히 이뤄지고 있어 부조리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공선 수리업체 지정이나 공유수면 매립허용 독점권 혹은 특혜를 부여할 때는 뚜렷한 선정기준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거액의 뇌물의 상납하는 업체에 이익이 돌아간다는게 항만청 주변의 지적이다.
특혜에서 제외된 업체들이 반발하는 일이 많아 지난 91년 부산감천항 매립면허를 얻지 못한 T업체가 면허업체인 J건설과 해항청을 상대로 특혜시비를 벌이기도 했다.
해항청은 또 관공선 운영예산을 변칙 집행하거나 관공선 수리·검사 등을 지정 수리업체에 정상가 이하로 떠맡기는 경우가 많아 항만부대업체의 불만을 사고 있다.<부산=김창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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