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실상 심층추적/「단속활동=봉투」 고질병화/유흥업·환경관련 법규 있으나마나『오래간만입니다. 술이나 한잔 주세요. 요즘 장사 잘됩니까』
『덕분에 뭐 그럭저럭
『실은 내일 우리 식구들이 야유회를 가는데』
『아이구 그러세요. 이거 약소하지만』
『모레쯤 합동단속이 있다니까 조심하십오』
이 인정미 넘치는 대화장면은 유흥업소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각종 단속기관 공무원들의 단속활동이 수금행위와 동의어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오는 6월 내무부의 단란주점 허가를 앞두고 전국의 영세 가라오케주점 업주들은 무척 격앙돼 집단행동을 준비중이다.
영세한 자본으로 대중음식점 허가를 얻어 편법으로 가라오케 영업을 하는 죄때문에 꼬박꼬박 단속공무원에게 돈을 바쳐왔는데 상업지역에만 단란주점으로 양성화해주겠다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테이블 6개를 놓고 가라오케 주점을 하는 L씨는 『1년 조금넘게 장사를 하면서 6차례 단속을 당해 1백만∼30만원씩 5백여만원을 뜯겼다』며 『영업정지나 허가취소를 한다고 을러대는 걸 간신히 달래고 과징금도 6백여만원을 물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중심가에서 카페를 내고 있는 C씨는 보다 노련해 구청위생과와 관할 경찰서 및 파출소의 「담당」들에게 정기적으로 5만∼10만원씩 돈을 주고 안전하게 영업을 한다.
단속이 있을 때면 이들이 미리 귀띔해줘 아예 가게문을 닫아버린다.
영세업소들에겐 자율정화를 한다고 돌아다니는 협회니 연합회 사람도 상전이다.
감독관청에 고발하겠다고 설치는 이들에게 「인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형 유흥업소들은 아예 무슨 선도위원이니 정화위원이니 하는 직함을 받아 제도적 준조세로 관청에 후원비를 내고 보호받는 경우도 있다.
전국 어느 도시나 술꾼은 밤새 영업하는 술집이나 포장마차촌을 알고 있다.
주변에선 이런 곳을 『관청직영업소』라고 부를 정도다.
위생접객업소로 분류되는 업소들이 비위생적인 접객업소가 돼버린 것이다.
지난 13일엔 부산 진구청 김모씨(30)가 윤락행위를 해오다 허가 취소된 모룸살롱 주인에게 다른 업소의 허가증 구입을 알선해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유흥업소 단속뿐 아니라 환경단속 불법 건축물 단속 근로감독 등 단속이나 감독이란 이름이 붙은 일에는 모두 돈봉투가 오간다.
지난해 가동률 58%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광주 하남공단은 비틀거리는 중소업체에서 돈을 뜯어가는 환경단속 공무원들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속셈 주산학원 등 영세학원들은 교육구청에 돈을 내야하고 비디오가게는 단속반에 포르노물이나 불법 복제품이 발각될 때마다 돈을 줘야 한다. 의사들도 단속반에겐 별 수 없다.
광주시내 개업의 K씨는 『적출물처리와 무자격 간호보조원 고용단속을 나오는 보건소 직원들에게 대부분의 개업의들이 5만∼10원씩 집어준다』고 밝혔다.
소방서라고 가만 있을리 만무하다. 경찰청 특수대는 지난 91년 부하직원들이 관내업소에서 뜯어온 1천6백여만원을 상납받고 전 강서소방서장 백철씨(52)를 구속했었다.
관 발주공사의 현장감독도 짭짤한 자리로 소문나 있다. 광주시가 지난달 발주공사 철저시공을 위해 감독관을 현장에 상주시키겠다고 하자 지역건설업체에선 『일 안하고 월급타는 이사를 한명씩 고용하라는 소리냐』는 불평이 터져나왔다.
업주들은 잘못 걸려 영업정지 당하거나 비싼 벌금을 무는 것보다 훨씬 싸기때문에 쉽게 돈을 준다.
되는 일이 없는 각 관청은 종합·효율 단속이란 명목으로 기관 합동단속을 고안해냈지만 항상 단속정보가 새나간다.
최근에는 한 업소가 뭉칫돈을 먹이고 경쟁업소를 못살게 구는 「청부단속」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풍토속에선 돈과 우격다짐만이 통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법규는 우스갯거리가 되고 만다.
광주시내엔 벌써부터 영상반주시설을 갖추고 술을 파는 단란주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우기면서 영업을 하고 아는 공무원을 물고 늘어지면 지난해 노래방 신고·허가 때처럼 기존업체는 구제받으리란 계산 때문이다.
각 단속기관의 인사철이면 관내에 공장 굴뚝이 몇개고 유흥업소 네온사인이 몇개나 되느냐에 따라 1급지·2급지·3급지의 순위가 매겨진다.
일선 단속공무원이 수금한 돈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고위직으로 상납되고 이같은 수금과 상납이 인사와 보직에 영향을 미쳐 공직사회를 구조적으로 병들게 하는 것이다.<광주=신윤석기자>광주=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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