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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단일시장」을 뚫자면…/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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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단일시장」을 뚫자면…/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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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초순 베를린시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통일전 동독 공산정권의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신탁관리청으로부터 연산 60만대의 TV 수상기를 제작하던 동독 최대의 TV메이커였던 WF사를 인수한 삼성전관 현지공장을 취재가서 받았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인수책임자로 현지에 와있던 윤경수상무는 「경쟁개념」없이 일해온 동독 근로자들에게 생산성의 의미를 불어넣어 생산력을 재창조한다면,채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도시바사,화란의 필립스사,터키의 코쉬사 등 5개국과 치열한 국제경쟁을 벌이면서 입찰을 따낸 것은 EC(유럽공동체) 단일시장에 더 늦기전에 삼성그룹이 거점을 확보해야한다는 보다 큰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유럽문명의 고향격인 그리스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또다른 한국의 기업이 아테네에 교두보를 확보,EC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지난 4일 저녁 고도 아테네시내 관광을 끝내고 숙소인 인터콘티넨탈호텔 로비에 들어서자,지하 2층 볼룸으로 연결되는 계산입구에 한국의 상징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해서 호텔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한국의 한화그룹이 그리스 국립은행 계열인 아테네은행 인수를 기념하는 리셉션이 열리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불청객의 입장이지만 리셉션에 끼여들었다. 때마침 김승연회장이 아테네은행을 인수한 동기와 앞으로 이 은행을 EC 금융시장에서 수준급으로 육성·발전시키겠다는 인사말을 하고 있었다. 마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한화그룹이 그리스 금융계 진출이 한·그리스 양국의 경제협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EC에서의 한국기업들이 발판을 마련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바란다』는 답례말을 했다.

주그리스 이승환 한국대사는 『한화그룹의 아테네은행 인수는 EC 단일시장안에 한국계 은행이 진출한 것』이라면서 『EC 회원인 12개국가 어디서나 아테네 은행지점을 개설할 수 있고 금융업 후진국인 동구권 국가로 뻗어나갈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라고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하기도 했다.

EC의 12개 국가들은 올해들어 유럽 단일시장까지 탄생시키면서 「하나의 유럽」이란 경제 권역화를 강화,역내 무역보호를 노리고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국도 이에 질세라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맞서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경제선진대국들은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에 빨리 그리고 더 넓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신들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조자룡의 헌칼」 쓰듯 덤핑판정을 자기 기준대로 해야겠고 보호무역주의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강자논리」를 펴고 있다. 어찌보면 「경제전쟁」의 서전 같기도 하다.

이 판국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가. 요구대로 시장개방을 해줘 저들 기업들과 상품들이 들어와 판을 쳐도 속수무책이고 덤핑판정에도 그저 한숨만 쉬고 있겠다는 것인가.

EC 단일시장과 NAFTA의 무역장벽이 더 단단해지고 더 높아지기 전에 이들 역내에 나가 투자하고 현지에서 상품을 제조,덤핑의 덫을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국제무역 경쟁에서 적자생존하는 전략이 달리 또 어디 있겠는가. 「삼성」의 동독 진출이나 「한화」의 그리스 금융시장 개척의 의미는 그래서 돋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대기업들이 더이상 권력과 유착해 특혜나 노리고,부동산 투기란 부정한 재테크로 자산이나 불리면서 중소기업이 할일마저 가로채는 구태를 빨리 벗어던지고,선진들의 경제권역에 뛰어들어 경쟁의 의지를 불태울 때가 바로 지금부터다. EC나 NAFTA만을 나쁘다고 비난이나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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