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용」 절대부족속 “살신성인”/사회운동으로 정착방안등 논의「질병을 앓는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나아가 질병없는 건강한 미래를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나는 훌륭한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마당에 내 한몸을 바치고자 합니다」
오는 20일 하오 3시 연세대부속 세브란스병원 회의실에서는 우리나라 의학의 발전과 사후 시신기증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계기가 될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사후에 해부학 교육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밝힌 시신기증자들을 위해 연세대 의대가 마련하는 사은모임이다.
이 행사에는 지난해 9월부터 시신 기증의사를 밝힌 1백20명 가운데 이미 시신기증 유언서를 낸 박찬종의원(신정당 대표) 등 30여명이 참석,감사장을 받고 앞으로 시신기증자들의 정례모임을 추진하는 한편 시신기증이 사회운동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로 지난해 8월 장기과 각막을 해부·이식용으로 기증한 이광호 전 서울대 교수와 대통령선거기간에 시신을 기증한 박 의원 등의 약속으로 촉발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될 전망이다.
80년이래 국내 의학계는 해부용 시신의 절대적 부족으로 교육·연구가 힘들어짐에 따라 시신기증운동의 확산을 간절히 소망해왔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지난해 본과 1학년 2백명의 해부학습실에 단 7구의 시신 밖에 확보하지 못했으며 연세대는 올들어 단 한구의 시신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서울대 등 서울시내 8개 대학 해부학 교수 35명이 모여 시신기증 운동을 논의하고 서울대 의대가 백상호교수(59) 등을 주축으로 시신수급위원회를 만든 것은 의료계의 자구책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연세대 의대 시신기증자들은 스스로의 결단에 따라 이 대학에 시신기증을 약속해왔다. 70세가 넘는 노인부터 20대 의학도 목사 택시운전사 공무원 가정주부 등 각계각층이다.
연세대 의대 해부학과 주임교수 정인혁씨(47)는 『기증자의 시신은 그 사랑의 뜻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의학의 신성함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먼저 세브란스 의사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고 다양한 홍보를 통해 시신기증의 참뜻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장인철기자>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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