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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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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양심회복일까. 아니면 이공계열 학과의 입학증원을 무리하게 떠맡긴채 그에 따른 재정지원에는 인색한 정부처사에 대한 반발일까. 94학년도 대학신입생의 정원 조정신청을 교육부에 제출한 주요국·사립대학들이 예년과는 달리 이공계 정원을 동결하거나 기껏해야 소폭 증원 신청만을 했다니 말이다. ◆대학들이 양적인 팽창을 지속할 때 입학정원 규모는 대학의 우열를 가리는 평가의 잣대가 된 적도 있었다. 또 등록금이 대학운영의 절대몫을 차지하는 사학들에게는 정원의 많고 적음이 대학재정의 여유를 뜻하는 것이기도 해서 정원을 늘려받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대학들이 정원 증원 특히 이공계 증원을 사양하기에 이르렀다니,그것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들이야 등록금이 대학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무리한 증원을 마다하는 이유를 얼른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사립대들마저 증원 동결이나 소폭 증원만 하겠다는 것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웬만한 증원만으로는 그에 따른 교수증원과 실헙실습기재 확충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실리적 판단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부나 산업계가 산업인력 양성을 그처럼 원한다면 재정지원도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 아니냐는 우회적 반발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부는 91년부터 부족한 산업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의 이공계 입학정원을 해마다 4천명씩,4년동안에 1만6천명을 증원키로 했었다. 매년 2천명은 지방공과대에,2천명은 수도권지역 공과대에 증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계획을 3차년째 추진해오면서 해당 공과대학들에 대한 교수증원과 실헙실습기자재 확충에 필요한 엄청난 재원소요는 거의 외면해온게 사실이다. 산업인력 양성의 중책을 대학들에게 떠맡겼으면 정부가 상응한 재정지원을 했어야 옳다. 정부와 산업계는 대학들이 반발하는 배경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적절한 재정지원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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