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단행할 요직인선중 처음으로 내정,발표한 대통령 비서진 인사는 비교적 능력있고 새로운 인물들을 기용한 것으로 보여 기대를 갖게 한다. 야당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은 이례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번 인사는 뒤이어 있을 국무총리,감사원장,안기부장 및 각부 장관 등에 대한 김 차기 대통령의 인사방향을 시사하고 있어 의의가 적지않다.이번에 발탁된 비서진은 과거 권력에 몸담았거나 부정부패에 물들 기회가 없이 각기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식견를 쌓아온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김 차기 대통령과는 장기간 개인적 친분을 맺어 최고통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인물들이 눈에 띈다. 이는 문민정부의 성격을 보다 강하게 국민에게 인식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군고위장성 출신으로 보임했던 경호실장에 전문경호인 출신을 내정한 것이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32년만에 부활된 문민정부인 김영삼 새 대통령의 비서실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이며 또 어떠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본래 비서실은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정확한 자료를 수집,보고,자문,보좌하고 대통령과 행정부와의 연락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고유기능이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지난날 한때 파행적인 권력행사 등으로 국민에게 지극히 부정적인 인식을 주어왔음은 잘 알려진대로다. 대통령에 대한 충실한 보좌역할을 넘어 멋대로 월권행위를 하거나 국민위에 군림하는 일도 잦았으며 행정부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부로서,또는 국정운영을 뒤틀리게 하는 권위주의의 산실로서 왜곡된 역할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더구나 과거의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중에는 부정축재 의혹으로 국민의 원성의 대상이된 인물도 없지 않다. 6공들어 서실 운영이 개선되어왔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아직도 부드럽지 않은게 비사실이다.
따라서 문민정부의 대통령비서실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한마디로 권부가 아닌 민부의 비서실·보좌관실로 탈바꿈돼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새 대통령비서실의 바람직한 역할과 위상에 대해 몇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비서실은 종래처럼 행정부를 「통할」하려들지 말아야 한다. 오직 국가경영의 전략과 기획만을 담당해야 한다. 오늘날 행정부의 뿌리깊은 무사안일과 나태와 무책임 풍조는 비서실의 행정부 통합에 길들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장관부터 창의성은 커녕 눈치보기가 습성화된 것이다. 행정간섭은 결국 행정문란만을 초래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둘째 비서실은 「한국병 치유신한국 창조」를 위한 순수한 개혁의 산실이 되어야지 개혁의 집행기관이어서는 안된다. 집행은 행정부의 몫이다. 미주알 고주알 간섭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게 될게 틀림없다.
셋째 비서진이 개혁과 자정에 반드시 수범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국정을 바르게 이끌 수 있도록 국민의 요구와 소리를 정확하게 보고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또한 대통령의 뜻과 의지가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행정부와의 교량역에 충실해야 한다.
끝으로 비서실의 직급 인플레를 시정,비서실장만을 장관급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경호실장을 비서실장 직속으로 복귀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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