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도력 부재… 갈등조정 미흡/사회(노 대통령 5년: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도력 부재… 갈등조정 미흡/사회(노 대통령 5년:하)

입력
1993.02.18 00:00
0 0

◎각계 욕구 여과실패 큰혼란/정의실현·부패척결 “구두선”/다양성 표출… 권위주의 퇴조 성과도6공 5년은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분출과 노태우정권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과도기적 가치 충돌현상이 사회 각 분야에서 극대화된 시기였다.

6·29 선언으로 집약되는 민의의 열매를 스스로 따냈던 시민 학생 근로자들은 5공의 억압과 권위주의의 사슬에서 벗어나 민주화와 제도개선의 목소리를 한껏 높여왔다.

그러나 6공 정권은 다양한 사회갈등을 슬기롭게 관리,새로운 가치로 상승시키는 지도력과 개혁능력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초기의 민주화조치에 대한 주도적 역할이 갈수록 퇴색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에 다양성의 가치가 심어지고 권위주의의 색채가 옅어진 것은 6공이 자랑할만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6공 5년을 결산하자면 「다양성은 있으나 구심점은 없는,권위주의는 사라지고 있으나 반드시 필요하면 권위는 세워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다양성이 구심점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가치관의 혼란이 가중되고 권위주의와 권위의 구별이 모호해짐으로써 반목과 갈등이 깊어왔던 것이다.

총체적 부패구조 척결과 사회정의 실현에 실패한 것은 6공의 가장 큰 실정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6공은 집권초기 여론에 떼밀린 5공 비리수사로 자신들의 뿌리인 전두환 정권과의 단절을 꾀했지만 과거청산이라는 국민의 기대수준을 저버림으로써 이후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된 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는 추진력을 상실했으며,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어느 정권보다 더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수서지구택지 특혜공급사건,건영 특혜사건,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등은 어김없이 정치권·경제계 또는 사회지도층이 얽히고 설킨 총체적 비리사슬구조를 띠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런데도 6공은 표면에 드러난 상처의 일부만 도려내는 응급처방에 급급하거나 아예 의혹을 덮어 버리고 유야무야하는 것이 전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서사건,13대 국회상공위 뇌물외유사건,정보사부지 매매사기사건 등에서 보여진 꼬리자르기식 축소수사는 정권유지 차원에서 법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국민들의 죄의식을 둔감시키는 요인이 됐다.

권력층과 사회지도층의 각종 비리구조는 사회전반에 확산돼 급기야 백년대계의 장인 대학입시에까지 부정이 횡행하는 결과를 빚어냈다.

민생치안 부재는 6공내내 노 정권을 괴롭힌 문제였다. 박정희정권이나 전두환정권시대 같은 사회통제기능을 가질 수 없었던 6공 정부는 각종 범죄를 제압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던게 사실이다.

90년 10월 대범죄전쟁 선포로 대표되는 범죄척결 노력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위 서방파·양은이파·OB파 등 국내 3조직 폭력배의 두목,행동대장 등 폭력배와 마약제조·반입·투약사범을 검거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대범죄전쟁 와중에서 터진 판·검사와 폭력배의 술자리 합석사건,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형호군 등 잇단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성폭행사건 등으로 인해 체감치안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다.

교통분야에서도 체계적 대책수립과 상당한 투자가 있었지만 나아진게 거의 없다는 평가다. 교통수요와 자동차 급증으로 교통위기상황이 빚어지자 대통령 직속기구로 사회간접자본 투자기획단을 발족시키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악화되는 교통난을 감당해내기는 어려웠다.

특히 2000년대 교통수요에 대비한 고속철도 건설계획 등이 의혹시비에 휘말려 차기 정권의 몫으로 넘겨진 것은 6공 정권의 취약성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또 노동자·농민·도시빈민계층 등 소외계층의 자기몫 찾기 목소리와 전교조로 대변되는 교육계의 개혁요구에 대한 대응방식이 공권력 의존 일변도로 경직돼 차기 문민정권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6공은 허다한 사회현안을 남긴채 퇴장하게 됐지만 그중에서도 도덕성 부재와 부패,명분과 실질이 괴리됨으로써 빚어진 「신뢰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야 할 것이다.<김승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