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판정을 피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업계가 추진해온 한미간 덤핑조사 중지협정(SA) 체결을 위한 협상이 미 상무부의 거부로 17일 새벽(한국시간) 결렬됐다.이에따라 지난해 10월 최고 87%의 덤핑 예비판정을 받은 삼성 등 반도체 수출업체들은 오는 3월15일로 예정된 미 상무부의 최종 덤핑판정을 피할 길이 없어졌다.
최종 판정 마진율이 평균 10%로 결정되더라도 지난해 미국시장에 모두 8억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수출한 국내 업체들은 줄잡아 8천만달러에 이르는 관세부담을 새로 떠안게 돼 막대한 수출차질이 예상된다.
상공부는 이날 『SA협정 타결을 위해 한국에서의 반도체 수입관세 철폐 등 가능한 거의 모든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미 행정부가 이를 거부,이제 정부차원에서 덤핑 최종판정을 막을 수단은 없어졌고 판정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상공부는 협상결렬 이유로 ▲제소자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의 반대입장이 워낙 강경했고 ▲미 행정부의 정권교체에 따라 효율적인 협상 진행이 곤란했으며 ▲반도체에 대해 조사중지를 인정할 경우 현재 덤핑조사가 진행중인 철강부문에서 같은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미국측이 내세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삼성 87.4%,금성 52.4%,현대 5.99%의 마진율을 각각 발표했었다.
◎“통상현안 더딘 대응이 화불렀다”/숱한 양보 불구 철저히 외면당해
▷해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결과다』
반도체에 대한 덤핑조사 중지협정 체결노력이 17일 무산되자 통상관계자들은 앞으로 주요 통상현안을 처리하는데 있어 정부나 업계가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SA협정을 위해 정부는 반도체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등 가능한 거의 모든 수단을 뒤늦게 제시했으나 철저히 외면당한 꼴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덤핑 예비판정이 내려진 즉시 당국이 이번에 제시한 내용을 서둘러 마련,대응했더라면 사태추이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지난해 연말 대선기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통상관계 부처간에 대안협의가 늦어진데다 이같은 사정은 정권교체를 앞둔 미국측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막연한 기대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그냥 보냈다는 지적이다.
철강 덤핑 예비판정이나 지적재산권 보호문제 등 남은 현안 처리를 놓고도 국내 여론을 무마하는 식의 소극대응으로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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