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성 중시… 전문성에 역점/민간출신 경호실장 “큰 변화”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17일 발표한 청와대 비서실 진용은 무엇보다 문민시대의 개혁색채를 짙게 부각시키고 있다.
김 차기 대통령의 첫 작품인 이번 인사는 자신의 집권플랜인 총체적 개혁구상을 집행에 옮기기 위해 이른바 「개혁전사」의 전진배치구도를 선보인 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날 발표된 인물 면면이 「뉴이미지」를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서 「개혁과업」의 전도를 무조건 낙관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새 인물과 참신성을 중시했다고는 하나 현실정치나 국정경험이 전무한 일부의 「의지적 인선」은 그만큼 역량검증의 기회가 적었다는 우려의 시각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차기 대통령은 이날 인사를 통해 적어도 집권 5년의 청사진을 엿보게 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요컨데 국정운영 방향의 우선순위와 무게를 개혁쪽에 두고 있음을 실증해 보이면서 이를 위해서는 김 차기 대통령 특유의 파격적 용인술을 십분 활용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관용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의 기용만해도 단순히 그가 김 차기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계 중진인사라는 표면적 의미로만 평가될순 없을 것 같다. 박 실장은 소위 「상도동캠프」의 핵심정책 담당자로서 일찍부터 김 차기 대통령의 개혁노선에 앞장서 동참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하면서도 개혁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키워온 장본인이다. 예를들어 대통령직속의 부정방지위에 사정권을 부여해 개혁작업을 위한 권한과 기능을 최대한 확보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한 것도 그였다. 지난 대선과정에서는 당의 홍보대책위원장을 맡아 김 차기 대통령의 개혁정책 구상을 효과적으로 투영시키면서 나름의 논리적 토대와 합리적 사고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김 차기 대통령의 「그림자」가 될 경호실장에 민간인이자 전문경호요원 출신인 박상범 평통사무차장을 전격 기용한 것도 이번 인선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중 하나다. 민간출신 경호실장은 그 자체로서 문민대통령시대의 변화를 새삼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역대정권에서와 같은 경호실장의 독특한 위상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돈식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정무수석 기용 역시 일견 의외성을 부인키 어렵지만 오랜 정치부기자 경험을 통해 정치권 안팎에서 두터운 지면을 쌓아온 점과 개혁적 식견이 낙점의 배경이란 전언이다.
주 수석은 특히 지난 대선기간중에도 김 차기 대통령에게 나름의 조언을 수시로 전달하는 등 막후 역할을 해왔다는 전문이다. 「신경제이론」을 설득력있게 전파해온 박재윤 경제수석은 김 차기 대통령의 경제개혁구상을 오래전부터 각론화해왔을 정도로 수석기용이 유력시돼왔다. 정종욱 서울대 교수의 외교안보수석 발탁도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정 수석은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고 중국정치와 국제법에 정통한 만큼 김 차기 대통령의 「균형외교」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경재 공보특보는 동아일보 정치부기자 시설부터 김 차기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인물로 지난 대선과정에서 상도동 캠프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김양배 전 광주시장의 행정수석 발탁은 일단 「호남배려」 케이스로 볼 수 있는데 내무장관 물망에 자주 오르는 최인기 현 내무차관의 승진기용이 성사될 경우 김 차기 대통령은 두 핵심 내정포스트에 모두 호남인사를 기용하게 된다.
홍인길 총무수석은 이른바 「가신그룹」으로 통칭돼온 상도동 사단의 대표적 인사로 총무 또는 민정수석 기용이 일찍부터 점쳐져 있다.
김영수 민정수석은 김 차기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으나 당의 정세분석실장을 맡아 분석력이 돋보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서동권 현 청와대 정치특보의 천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청와대 비서실 진용중 가장 이색적 인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역시 전병민씨의 정책수석 기용. 전씨는 김 차기 대통령의 사조직인 「임팩트코리아」(일명 동숭동팀)의 책임자로서 자문 교수단을 이끌며 선거전략 수립에 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학력 및 경력 등 구체적인 프로필은 본인 스스로도 공개하길 꺼려 베일에 쌓인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를테면 전씨의 기용은 김 차기 대통령의 「히든카드」였던 셈인데 정책수석실의 신설에 따라 총체적 개혁플랜을 각론화하는 작업에 그의 주도로 이루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 차기 대통령의 첫 인사가 「개혁인사」로 나타난 것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개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함께 「김영삼 사람들」을 대거 기용한 이번 인선의 특징은 정권의 재창출이나 연속개념을 부인하는 김 차기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뚜렷이 반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김 차기 대통령으로서는 당당한 정권 쟁취를 피부로 느끼로 있으며 그런 만큼 새 정부의 국정운영은 전적으로 「새사람·신사고」가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같은 김 차기 대통령의 인식이 이번의 새 비서실 진용을 통해 국민앞에 제시된 셈이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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