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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문제의 원천을 보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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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문제의 원천을 보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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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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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있는 국제인권단체가 최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강제로 체결된 을사보호조약은 국제법상 무효이며,따라서 종군위안부 문제는 일본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의 이같은 보고서에 대해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일제의 한국병탄의 근거가 됐던 을사보호조약이 국제법상 원천적인 무효임이 인정될 경우,종군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일제 때 저질러졌던 군인·군속의 강제징용 등의 불법성이 문제가 되고 따라서 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1905년 체결된 을사조약에 관해 유엔의 국제법위원회가 한일 국교정상화 이전인 지난 63년 이미 강압에 의한 원천적 무효임을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적했다는 사살이 뒤늦게 밝혀졌음은 놀랍고 다행한 한편 부끄러운 일이다. 을사조약의 국제법상 하자는 지난해 5월 서울대 규장각 소장문서에서도 밝혀진바 있는 것이다. 규장각 문서는 우리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조약이 강압에 의해 이뤄졌을 뿐 아니라 국제법상 필요요건인 위임장과 인준서도 갖추지 않았음을 폭로했다. 또한 정미조약에 따른 각종 칙령도 순종의 서명까지 위조해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한일관계사의 전면적인 재정립을 요청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아직까지 을사조약과 소위 「한일합방」이 합법적이며 유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도 청구권 문제를 배상이 아닌 보상의 차원에서 타결코자 했다.

한일 기본조약 제2조는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견해차가 현격하다. 일본은 「이미 무효」의 시점을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수립에서부터 기산,그 이전 일제에 의한 식민통치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미 무효」의 시점을 을사·정미 양조약으로부터 잡고 있어 식민통치기간을 원천적으로 불법사태로 보고 있다.

이제 유엔이 을사보호조약을 강압에 의한 원천적 무효라고 이미 30년전에 지적했음이 뒤늦게나마 밝혀진 이상,일본은 더이상 과거 일제식민통치를 합법화하려는 강변과 잔꾀를 버려야 할 것이다. 과거의 죄과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 무엇보다도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도 일본정부가 초기엔 민간업자의 행위이며 정부가 간여한 증거가 없다고 발뺌을 하다가 확실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 총리가 할 수 없이 이를 시인,사과했지만 「강제성」에 대해서만은 계속 부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일 우호협력은 일본이 과거 만행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솔직히 시인,사과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하기 바란다. 한국정부도 차제에 구한말 망국사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통해 한일관계를 재조명·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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