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선물에 “함박웃음”/주변·어른세계 꾸밈없이 비판국민학교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꾸밈없이 드러낸 논문집을 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한산국교 어린이들은 17일 열린 제2회 졸업식에서 노란색 표지로 말끔하게 정리된 「졸업논문집」을 졸업장과 함께 한권씩 받았다. 국교생들로서는 처음 발간한 2백22쪽짜리 작은 책자에는 졸업생 3백73명 논문중 우수작 38편이 실려있다.
「우리들의 고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선물의 종류」 「국민학생 용돈실태에 관한 조사」처럼 자신들의 문제를 다룬 글이 있는가 하면 「둔춘동 현대아파트의 자가용 운행실태」 「일회용품 및 일회용 포장제품의 사용실태와 피해」 등 사회문제를 분석한 것도 있다. 또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 「외래문화에 젖어가는 압구정동의 모습」 등 새로운 사회이슈에 대한 관심을 담은 논문도 있다.
어린이들은 이 논문집에서 『압구정동 상가의 주인인 어른들은 자기들만의 이익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외래문화에…」)고 기성세대를 꼬집고 『부모님의 언어생활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집안에서 욕을 하시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생각해 조심해야 한다』(「욕설의 종류에 관한 조사연구」)며 어른들을 훈계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졸업논문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 3월 6학년 1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21세기의 주역이 될 새로운 인물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심덕보교장의 뜻에 따라 졸업반 학생들에게 논문을 써보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쉬운 일로 생각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논문쓰기가 어려웠고 교사들도 대학졸업후 오랜만이라 지도하기가 힘들었다.
논문주제는 어린이들 스스로 정했다. 담임교사의 지도로 연구방향과 내용을 정한 어린이들은 여러달동안 실태조사,현장조사,설문조사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논문을 쓰는 것만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국민학생이 무슨 논문이냐』 『왜 밤늦게까지 쏘다니느냐』는 부모들의 꾸지람을 듣기 일쑤였고 설문조사를 하느라 좋아하는 TV프로그램도 못보거나 시험공부를 제쳐 두기도 했다.
「외래문화에 젖어가는 압구정동의 모습」을 쓴 정명원양(13) 등 3명은 『압구정동에서 현장조사를 할때 거부하는 어른들이 많아 어려웠다』며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압구정동에 대해 TV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이 알게 됐고 책으로까지 나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논문은 대학생이나 쓰는 것으로 생각,딸이 집에 늦게 들어오면 야단을 치기도 했다는 학부모 강복희씨(35·여)는 『책을 보니 아이들이 대견스럽고 엄마로서 도와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며 『논문작성이 창의력과 탐구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남경욱기자>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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