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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기업,러시아 철수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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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기업,러시아 철수사태

입력
199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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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불안·경제정책 급변 “믿을 수 없다”/“외국투자혜택” 카자흐등으로 발돌려일본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은 과거 구 소련시절부터 광물 등 천연자원과 목재를 수입하고 공장용 부품과 장비를 수출하는 등 러시아와 상당한 양의 교역을 해왔다.

지난 91년만해도 일본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러시아의 교역 상대국중 4위를 차지했었다.

특히 천연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극동지역과 시베리아에 적극 진출해 왔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본과 러시아 양국의 교역량은 격감하기 시작했고 최근들어 일본기업들이 서서히 러시아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1년 일본과 러시아의 교역량은 54억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37%가 줄어든 34억달러에 그쳤다.

투자부문에서는 더욱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데 지난해 대러시아 외국투자액중 일본 몫은 0.1% 밖에 안됐으며 러시아와의 합작기업 설립도 4건밖에 없었다.

일본은 지난 91년에는 러시아와 21건의 합작기업을 설립했었으며 지금까지 모두 43개의 합작기업을 설립,이 부문에서는 합작상대국들중 18위였다.

일본기업들이 러시아 진출을 포기하거나 철수하는 당장의 큰 요인은 「북방 4도」 문제로 일본정부가 기업의 수출 신용대부를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러시아정부에 대한 일본기업의 신뢰성 상실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은 세금제도 등 러시아정부의 경제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고 은행제도가 제대로 정착이 안돼 기업활동이 큰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부채의 누적이 심하고 이윤을 송금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불평하고 있다.

주러시아 일본대사관의 후지타 경제공사는 『러시아에서의 비즈니스는 너무나도 힘들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일본에 진 부채 상환문제도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러시아의 대일 부채는 약 60억달러. 이중 약 14억달러는 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보증없이 러시아에 빌려준 돈인데 대부분 이자는 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1억5천만달러의 빚이 물려 있는 미쓰이(삼정)사는 아예 채무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단 한푼도 러시아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극동지역에 대한 기대심리 역시 「허황된 꿈」임이 드러났다고 일본 기업인들은 말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조사결과 이 지역의 도로·철도 등 기간시설이 너무 낙후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본기업들은 러시아로부터 철수해 상대적으로 정국이 안정되고 외국의 투자를 보호하는 구 소련의 중앙아시아공화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정부도 최근 카자흐 등 중앙아시아공화국에 대한 경제지원을 약속한데 이어 정부대표단을 보내 투자환경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카자흐 등 중앙아시아공화국들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대규모 외국투자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지역의 풍부한 천연자원 또한 외국투자가에겐 큰 매력이다.

모스크바주재 일본상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1∼2년간은 러시아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무엇보다 러시아가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돼야 투자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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