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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칼날 어디에 대고 있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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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칼날 어디에 대고 있나(사설)

입력
199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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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오나가나 온통 개혁이 화제이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과연 개혁의 칼을 대기나 할 것인지,댄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개혁작업을 추진할 참모와 각료들로는 어떤 사람들이 들어갈 것인지.앉으나 서나 모두들 이런 얘기로 꽃을 피우고 있지만 선뜻 자신있게 「이거다」하고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구난방으로 떠들다가 결론없이 헤어지고 만다. 언론보도를 보아도 어지러울 정도로 요란하기만 했지,뚜렷한 방향이나 구체적 인선내용이 잡히지 않는다. 하기야 인수위에서부터 논란만 있었지,정리가 잘되지 않아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조사권여부 등으로 가장 많은 논의가 있었던 부정방지위라는 기구신설안도 김 차기 대통령이 거부해버렸고 동자부와 체육청소년부를 없애는 정부기구 개편안도 이번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될지 의문이다. 권위주의체제의 상징물처럼 나타났던 공보처를 없애는 것이 문민정부가 처음으로 단행할 기구개편이라는 여론이 많았는데 인수위안에서는 여전히 건재하다. 여당에서 자기 손으로 못한다면 이번 국회를 통해 야당에서 문제제기를 할만한 것이다.

그런데 일의 순서를 따지자면 개혁은 맨처음 민자당 자체에서부터 착수되어야 한다. 자기 자신,자기 가족과 친인척,그리고 새 정권을 창출한 민자당의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청와대,행정 각 부처와 입법,사법부 등의 공직자를 거쳐 일반국민에게까지 확산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데서부터 개혁의 칼날을 대는 아픔을 보이지 않고선 다른 사람들한테서 고통의 분담을 요구할 수 없다.

제일 먼저 민자당부터 수출하려는 김 차기 대통령의 용단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해 한때 주춤했으나 개혁을 시작하는 순서로 따져보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손을 댈 모양이다.

과거 민정당만의 조직만해도 비대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여기에 구 민주와 공화당까지 합쳐졌으니 거대하고 방만하다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없게 되었다. 현재 민자당의 유급요원은 중앙당 사무처,각 시도지부 및 2백37개 지구당 조직을 포함해 무려 1천5백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매월 10억원 정도가 이들의 월급으로 나간다.

수백개의 지구당까지 상설운영하는 나라는 과거의 공산국가들 뿐이었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의 유급요원은 3백90여명이라고 한다.

빌 클린턴 새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백악관의 직원을 26%나 감축하고 고위직 전용식당을 폐쇄했다. 그리고 장·차관 등 관리들에게 50달러 이상의 식사초대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95년까지 3년동안 연방정부 공무원을 10만명 감원하여 9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새 정부가 스스로 자기 손발부터 자른다는 결의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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