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관망자세 분열 촉진/창당파 반발·추대세력도 불만표출국민당이 김동길 대표체체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 위기국면 타개에 나섰으나 복잡한 당내 역학관계로 인해 여전히 암중모색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실상 대표직 수락의사를 밝히면서도 선출 다음날인 16일 당사에 출근하지 않은채 상황을 관망중이고 일부 창당파들은 김 대표체제에 벌써부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또한 양순직 최고위원을 대표로 추대하려했던 측에서는 박철언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민자당출신 입당파의 폐쇄적 사전조율 과정에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어 지도부내 분파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당은 탈당사태가 다소 주춤하고 있음에도 불구,전도를 예측할 수 없는 안개국면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당은 16일 상오 최고위원·당직자 간담회를 열고 신임 대표선출에 따른 당재정비 방안을 모색하려 했으나 김 대표가 출근하지 않아 실질적인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하루라도 빨리 지도체제를 확고히해 의원들의 후속탈당을 막고 당의 면모를 추스려야 하는 국민당으로서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지도부는 김 대표의 관망자세에 「섭섭함」을 표시했고 다시 한번 김 대표에게 조속한 당무개시를 촉구하자는 결론만으로 회의를 마쳤다.
김 대표 추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박철언 최고위원 조차 회의에서 『김 대표의 지금 모습은 적절치못한 것 같다』면서 『전당대회 준비 등 할 일이 태산같은데 기자회견만 하고 당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양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선출직후 『정주영 전 대표를 만나 2천억원 기금문제에 대해 담판을 짓겠다』며 대표직 수락에 유보적인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날 하오 양순직 최고위원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하는 등 대표직을 사실상 수락했다.
김 대표는 또 16일 상오 신촌 자택을 찾아온 시도별 지구당 위원장 연락간사 15명을 만난 자리에서 『정 전 대표와 연락이 안돼 오늘중 2천억원 기금조성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 대표의 태도는 실제로 정 전 대표로부터 「기금조성」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보다는 향후 당운영과 관련한 정치적 공세이자 나름대로의 당무복귀 수순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정 전 대표가 기금조성 요구에 응하지 않을 뿐더러 면담도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김 대표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대표선출후 정 전 대표를 격렬히 비난한데서 알 수 있듯이 김 대표는 앞으로의 국민당 운영을 「정주영시대」의 철저한 부정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1월초 당무거부로 당내 분란을 촉발시켰다는 창당파의 비난여론을 희석시키고 국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방식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당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국민당 창출에 유효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의 분열을 촉진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양순직 최고위원같은 경우는 『김 대표도 정 전 대표처럼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형난제』라며 『자신의 책임을 도외시한채 정 전 대표만 비난하고 자기 미화와 변명만 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 최고위원은 『오늘의 사태에 내 책임도 있는 만큼 최고위원 자리도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효영 사무총장도 『그동안 김 대표의 당무 거부에 불만을 표시한 의원이 많았다』면서 『가까스로 교섭단체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김 대표 선출로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송광호 사무부총장도 『김 대표는 대선패배이후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분을 앞장서 촉발한 장본인』이라며 『주장은 옳았지만 행동은 경솔했다』고 비난했다.
김 총장과 송 부총장도 이날 당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김 대표가 정 전 대표를 격하시켜야만 하는 상황과 김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세력이 엄존하는 현실이 맞부딪치고 있어 국민당의 진로는 새 지도부 구성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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