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진혼곡」은 2차대전 당시 독일 공군기의 폭격에 의해 파괴된뒤 10여년간의 복구공사 끝에 옛모습을 되찾은 코벤트리의 성미카엘 교회 축성을 기념,영국의 현대음악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이 작곡한 작품이다. 작품을 위촉받은 브리튼은 살륙과 파괴가 자행되는 전쟁의 비참성을 고발하고 지구상에서 전쟁을 영구히 몰아내야 한다는 반전음악을 완성하였다. ◆1차대전서 25세의 꽃다운 나이로 전사한 영국 시인 월프레드 오언의 유작시가 가사로 채택되었고 1963년 초연에는 2차대전의 교전 당사국인 영국 독일 소련 등 3개국의 정상급 성악가가 독창자로 초청되어 화해의 노래를 열창했다. 소프라노는 소련의 갈리나 비시네프스카야,테너는 영국의 피터 피어스,바리톤은 독일의 피셔디스카우였다. ◆「전쟁진혼곡」이 초연 30년만에 18일 동경에서 오노(대야화사) 지휘로 동경 필하머니에 의해 연주된다. 중국서 소프라노 진소아,일본서 테너 와카모도(고본명지),한국서 바리톤 김관동이 독창자로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장소와 출연자의 국적이 다를 뿐 30년전 초연과 같은 형식이다. 그러나 공연에 참가한 3국관계까지도 똑같지는 않다. ◆2차대전과 전후의 냉전 소용돌이서 연합국이 되기도 했고 적국이 되기도 했던 영국 독일 소련은 서로가 가해자며 피해자였다. 한·중·일의 관계는 그렇지가 않다. 일본은 일방적인 침략자이고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당한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함으로써 한반도에 전화를 입힌 가해자이며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피해자다. ◆그런데도 일본은 정신대 피해보상을 외면하고 있으며 중국은 한국전쟁 개입에 유감표명을 못하겠다고 강변하고 있다. 전쟁으로 헝클어진 관계를 바로 잡고 우호와 협력의 가교를 만들어 보려는 공연취지야 더할데 없이 좋지만 3국 음악인들의 「전쟁진혼곡」 화음으로 풀기에는 가해자의 자세가 너무도 몰염치하고 오만하며 피해자의 한이 너무도 응어리진 것이 전후 반세기가 가깝도록 변치않는 동북아시아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